10화
《첫 농사, 나를 일구다》
10화. 쉬는 시간, 나는 밭을 바라본다
풀베기를 마치고 예초기를 내려놓는다.
땀에 절은 모자를 벗고
밭머리에 놓은 돌 위에 걸터앉는다.
햇살이 따갑다.
하지만 바람은 조금 선선해졌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이 밭을 바라보며
나를 돌아본다.
"내가 올해 이 밭에서 정말 많은 걸 했다."
호박을 심고, 수박을 키우고,
고구마 줄기를 찔러 넣고,
두릅과 더덕도 심었다.
심지어 오이까지.
욕심이었다.
처음이니까
이것도 심어보고 싶고
저것도 키워보고 싶었다.
남들이 좋다니까,
유튜브에서 성공했다니까,
그 말 한마디에 따라 심고 또 심었다.
결과는?
수확은 했지만
너무 지쳤다.
풀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고
모종은 죽고 또 심고
물 주는 것도, 비료 주는 것도
끝이 없었다.
그렇게 쏟은 노력과 시간 속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이 밭에 너무 많은 걸 기대했구나.”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부턴가 성과를 원하고 있었고
결과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쉬는 시간,
밭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한 가지만 키우자.
이 땅에서 가장 잘 자라고
내가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딱 한 가지 식물만.”
한 가지면 충분하다.
내가 그 작물 하나에
온 마음을 쏟고
더 깊이 있게, 더 오랫동안
관심을 주고 키워낼 수 있다면
그게 진짜 농사 아닐까.
올해는 멋모르고
이곳에 내 땀을 쏟아부은 해였다.
그 땀은 헛된 게 아니다.
이 땅이 내게 말해주었다.
"무작정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자연을 이해하고,
너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난 다음 해에는
한 가지 작물만 심기로 결심했다.
무엇이 좋을까.
사과?
고구마?
단호박?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 하나를 정하면
나는 올해처럼 조급하지 않고,
더 깊게, 더 단단히
그 작물과 함께할 것이다.
이 밭은 내 거울이었다.
내가 욕심을 부리면 밭도 소란스러웠고
내가 조급하면 작물도 시들었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라볼 때
밭은 고요하게 대답해 줬다.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