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19화》
“소풍은 제2의 명절이었다”
국민학교 시절,
우리 마을 홍원리의 소풍날은
웬만한 명절보다 더 북적였다.
각지에 흩어진 아이들과 엄마들이
고무신도 반짝, 도시락도 반짝.
전날부터 동네는 조용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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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특히 분주했다.
내 아래로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그런지
소풍 전날이면 꼭 명절 음식처럼 반찬을 하셨다.
김밥도 싸고, 달걀도 부치고,
가끔은 도시락에 고기반찬도 살짝.
> “아이고 내 새끼, 친구들하고 나눠 먹어~”
“김은 세 겹, 참기름도 톡톡 쳐놨어~”
엄마의 도시락에는
사랑이 김처럼 겹겹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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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당일 아침,
학교 앞은 이미 장터 수준이었다.
평소엔 안 보이던 노점상들이
언제부터인지 우리 ‘소풍길’을 따라 나타났다.
삐삐와 인형, 방울사탕, 뽑기 통.
그리고 제일 인기 있는 건 단연—
> 솜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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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엄마에게 솜사탕을 하나 얻었다.
조금만 생색내며
> “엄마, 나 친구랑 나눠 먹을 거예요~”
“혼자 다 먹을 거면서~”
“아냐 진짜야, 반 잘라서 줄 거야.”
솜사탕을 들고 있으면
친구들이 한 번씩 쳐다보며 말한다.
> “우와, 너희 엄마는 진짜 좋겠다.”
“너 한 입만 진짜 주어라~”
“입대면 녹으니까 손으로 집어 먹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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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솜사탕을 손에 들고
도시락 든 가방을 메고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줄 맞춰 행진했다.
그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 풀밭 위 깔개를 펴고 앉아 먹던 점심.
사이다 하나 돌려 마시던 순간.
친구 도시락 반찬 몰래 바꿔치기하던 장난.
그리고 나중에 “이건 우리 엄마가 싸준 거야!” 자랑하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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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소풍은 단지 놀러 가는 날이 아니었다.
엄마의 정성과,
아이들의 자랑과,
동네 공동체의 들뜬 마음이
다 함께 움직이는,
제2의 명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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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솜사탕을 보면 그날의 기분이 떠오른다.
풀내음, 땀 냄새, 도시락 김밥 냄새까지.
어쩌면 우리 추억 속 최고의 명절은
그 소풍날 아침이 아니었을까?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