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목욕탕과 김서린 나의 유년”

18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18화》

“읍내 목욕탕과 김서린 나의 유년”

그 시절 읍내엔
시장 옆 골목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입구부터 축축하게 김이 서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구름 안에 들어간 듯
시야가 흐릿해졌다.


---

나는 엄마 따라 읍내 가는 건 좋았다.
시장에서 어묵도 사 먹고,
신발도 하나 사고,
약방에선 박카스도 한 병 얻어 마셨다.

그런데 꼭 문제는…

> 목욕탕.



엄마는 시장 한 바퀴 도시면
꼭 “씻고 가자” 하셨다.
나는 속으로 늘 “집에 가서 씻지…” 생각했다.


---

목욕탕 문을 열자마자
훅—하고 들어오는 수증기.
이미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 “엄마… 여긴 공기가 없어…”
“왜 이렇게 덥고 습하고… 뿌예…”
“엄마, 내가 앞이 안 보여요…”



그런데도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다.

> “시원하다~ 오랜만에 푹 찌겠네~”




---

안으로 들어가면
목욕탕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등 밀어주는 아주머니들,
찬물에 비명 지르는 아이들,
세숫대야에 머리 감는 언니들.

그리고 그 구석에
스테인리스 대야에 앉아 계시는 고수들.
그분들은 거의 목욕계의 장인이셨다.


---

나는 늘 대야에 앉아서
엄마가 때밀이 타월로
팔을 잡아당길 때를 기다렸다.

> “가만히 좀 있어, 그래야 등이 밀리지.”
“앗, 엄마 너무 세요! 허리 날아갈 거 같아요!!”
“참말로 물러터졌어. 이게 시원한 기야~”



등이 하얗게 밀릴수록
엄마는 더 뿌듯해하셨다.
나는 점점 눈이 풀렸다.


---

나가는 길엔
하얀 수건으로 머리 돌돌 말고
바나나 우유 하나 들고 있었다.
그게 유일한 보상이었다.

> “엄마, 다음엔 목욕탕은 안 가면 안 돼요?”
“그럼 다음엔 아빠랑 같이 가~”
“그건… 더 싫은데…”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기억을 뀌메는 사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17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9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