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어?"
2화. 그와 함께한 점심들
"밥 먹었어?"
수업이 끝나면 그는 늘 내 옆에서 조용히 물었다.
"밥 먹었어?"
내가 "아니, 그냥 집에 가려고요." 하면
그는 늘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냥은 무슨 그냥이야. 밥부터 먹고 가지."
그렇게 우리는 자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캠퍼스 식당에서, 때로는 학교 앞 김밥천국에서.
같은 메뉴를 시켜도 그는 내 것보다 먼저 다 먹었고,
남은 내 밥 위에 반찬 하나를 툭 얹으며 말했다.
"이거 네가 더 좋아하잖아."
그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다 외우고 있었다.
된장찌개보다 순두부를 좋아한다는 것,
돈가스를 시켜도 양배추 샐러드는 내 쪽으로 밀어줘야 한다는 것.
말하지 않았는데 알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리는 자주 웃었고, 자주 놀렸고,
서로의 말투에 익숙해지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식당 티켓을 뽑고 줄을 설 때,
내 자리를 먼저 찾아 앉아 기다렸고,
가끔은 내가 늦으면 계란프라이를 하나 더 받아와
“오늘 기분 좋다. 너 하나 줄게.”라며 건넸다.
그런 사소한 배려들이 쌓여갔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다정함을 ‘좋은 선배’로만 받아들였다.
"너, 혼자 있을 땐 밥 잘 안 챙겨 먹지?"
"응… 그냥 라면으로 때울 때도 많아."
"그러니까 나랑 자주 먹자. 그래야 네 영양상태가 유지되지."
말은 농담 같았지만, 눈빛은 늘 진지했다.
그의 말투엔 어딘가 모르게
내가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녹아 있었다.
어느 날은 밥을 먹다 말고 그가 말했다.
"너는 참, 바쁜 사람이다. 시간 틈새마다 숨는 것 같아."
"응?"
"가만 보면, 너는 누가 다가갈 틈을 잘 안 주더라."
그 말에 웃었지만
그 웃음 안엔 조금의 당황이 숨어 있었다.
그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단 걸,
나는 처음 알았다.
어쩌면 그날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밥을 먹으면서도, 물을 따르면서도
그의 눈치를 조금 더 보게 된 건.
그가 웃는 이유,
그가 말 걸어주는 방식,
그가 고른 자리에 앉는 방향까지—
작고 사소한 것들이 하나둘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이게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설마, 그럴 리 없다고.
그는 그냥 다정한 선배일 뿐이라고.
그와 밥을 먹는 시간이 좋아지는 게
단지 내 바쁜 일상 속,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평온이라 믿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덜 흔들렸고,
그래야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자주 마주 앉아 밥을 먹었고
나는 조용히 그 사람에게 젖어들었다.
말 한마디 없었지만,
그의 다정함이 내 하루의 리듬이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돌아보면
그 점심들 하나하나가,
모두 고백이었다.
그는 말 대신 밥을 사주었고,
걱정 대신 된장찌개를 건네며
그의 마음을 내 앞에 조용히 놓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