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 느낌.
나아졌지만 멀어졌던 시간
회사에서 받는 아르바이트비는
정말 도움이 됐다.
시간은 짧았지만
그 시절 기준으로 회사원 초봉만큼은 되었고,
가끔은 회의 통역도 맡았다.
일본어 강의는 물론,
자료 준비도 만만치 않았지만
내가 공부하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내가 아는 것을 전하고,
내 지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 느낌.
나는 비로소
내가 ‘무력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건—
전적으로 선배 덕분이었다.
그가 나를 밀어주지 않았다면,
그 명함을 건네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커피잔을 닦으며
다음 달 월세만 걱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마웠다.
정말 많이, 고마웠다.
그런데
그 고마움이 커질수록
나는 자꾸 그에게서 멀어지고 싶어졌다.
고마움이 감정으로 번지는 걸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이 이상은 안 돼.’
‘괜히 잘해주지 마.’
‘마음을 줄 자격이 없잖아.’
그래서—
선배에게 더 이상 친절해지지 않으려
애썼다.
대답을 짧게 하고,
책을 받아도 “고맙다”는 말만 하고,
점심을 제안하면
“오늘은 수업 준비가 있어서…”라며 거절했다.
그는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책을 건네고,
수업 끝나면 멀리서 기다렸다가
내가 보이면 손을 들어 보였다.
어느 날은 말했다.
“요즘 너 많이 바빠졌지.
근데… 웃음이 좀 줄었더라.”
그 말이
왜 그렇게 아프게 들렸는지.
그가 내 안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왜 그토록 쓸쓸했는지.
아마도,
그의 진심을 외면하고 있는 내가
나 자신에게 미안했던 거겠지.
가끔은
그가 조금만 덜 다정했으면 했다.
그랬다면
내가 마음을 숨기기
덜 힘들었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 감정 위에 올라설 만큼
내 인생이 여유롭지 않았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버팀이었고,
그에게 줄 수 있는 건
미소보다 거리감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곁에 있어줬다.
묻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그저 내가 나아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에게
더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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