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학교 가는 길 마음 가는 길

1화 학교 가는 길. 이름표 하나

마루 끝에서 본 세상 – 2부 1화

《학교 가는 길, 이름표 하나》


1학년 아이는 멀리서도 금세 눈에 띄었다.

가슴 한편에 하얀 가제 손수건을 접어 달고, 그 위에 이름표를 꿰매 단 모습은 마치 작은 편지를 품은 듯했다.

‘오늘도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말없이 인사하는 듯한 조그만 손수건.


그 시절 아이들은 유난히 콧물이 많았다.

하얀 손수건은 이름표도 달았지만, 콧물도 닦고 눈물도 닦는 다용도 천이었다.

조금 있으면 손수건은 젖은 자국으로 얼룩졌고, 엄마는 매일 밤 그것들을 삶아 햇살 좋은 마당에 널어두곤 하셨다.


나는 그 손수건을 달고 학교에 갔다.

입학 첫날의 설렘과 두려움이 아직도 마음에 선하다.

엄마는 매일 아침 내 손수건을 정사각형으로 다려 접어, 옷핀에 꿰어 주셨다.

그 하얀 천 위의 세 글자,

‘황미숙’은 선생님께 나를 알리는 작은 간판이자, 누군가 내게 다가올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안내문이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또래보다 조금 큰 아이들, 작은 아이들,

울다 온 아이, 손 흔드는 아이,

가지각색의 아이들이 55명쯤 빼곡히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모두가 두 손을 가지런히 책상 위에 올리고

반짝이는 눈으로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우리 선생님.


짧은 단발머리에 굵은 파마가 고르게 말려 있었다.

단정한 정장 치마에 재킷을 입으셨고,

말할 때마다 목소리는 맑았고 눈빛은 따스했다.


햇살이 교실 창으로 들이치면,

그 빛 속에서 선생님의 말소리도,

우리의 숨소리도 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다.

그 교실에서 시작된 나의 첫 세상.

그 이름표 하나 달고 걷던 학교 길은

지금도 마음 한편에 포근히 접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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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화: 짝꿍과 반쪽 책상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좋아요.

짝꿍이 낯설고 설레고, 혹은 고무신을 밟고 싸우기도 했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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