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없는 겨울, 나를 마주하다

이미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15화. 선배가 없는 겨울, 나를 마주하다

선배가 떠난 겨울.
학교도, 도서관도,
그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자리들도
하나둘씩 낯설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건
내 마음이었다.

그제야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거였구나
처음으로 느꼈다.

선배는 단 한 번도
“좋아한다”는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선배의 말투, 눈빛,
가끔 다정하게 건네던 한마디에서
이미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바빴고,
지쳤고,
두려웠다.

선배의 마음이 무거워질까 봐,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더 이상 이렇게 솔직하게 살 수 없을까 봐
나는 계속 외면했다.

그 겨울,
나는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너무했나?'
'그 사람, 상처받았을까?'
'만약 내가 조금만 다르게 굴었더라면...'

질문은 끝도 없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문득,
“다른 사람이 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너무 무심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도움을 받으면서도 고마움을 말하지 않고,
아껴주는 걸 알면서도 외면한 채,
그저 괜찮은 척, 모른 척 살아왔던…

그리고 또 하나,
그 사람은 떠나기 전
조용히 말했었다.

> “나는 널 여자로 좋아하지 않을게.”
“그냥, 같은 시대를 걷는 친구로 있을게.”
“부담 갖지 마.”



그 말이
왜 그토록 아프게 다가왔는지
그제야 알게 됐다.

나는,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는 게
너무 당연했던 거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게 되면
사람은 비로소 고개를 숙인다.

내가 선배를 좋아했던 건지
아니면
그 다정함에 기대고 싶었던 건지
그조차 헷갈렸던 시간.

하지만 확실한 건
그가 없는 겨울 동안,
나는 그 사람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는 것.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히 그리워했다.

다만,
선배가 돌아왔을 때
나는 예전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아니,
그가 돌아오긴 할까?

그 물음들만 남긴 채
겨울은 그렇게
천천히, 길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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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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