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좋아했던 사람들

나는 스물여덟이었다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25화.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지 못한 이유

그해 봄, 나는 스물여덟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는 나이.
일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부서에서는 늘 ‘에이스’라 불렸다.

자존감이랄까,
그전처럼 주눅 들지 않아도 되는 나날이었다.
칭찬이 익숙해졌고,
사소한 질투조차도 여유 있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이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

같은 팀 선배는 회식 자리에서
슬쩍 종이에 “몰래 사귀자”라는 농담 섞인 고백을 적어 건넸고,
다른 부서 과장은 매번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치 우연인 척 타이밍을 맞춰 함께 퇴근하려 했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변호사, 디자이너, 의사, 교수…
다양한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손편지나 쪽지, 예쁜 캘리그래피로 적힌 성경 구절,
심지어 꽃 한 송이씩을 내 책상 위에 놓고 가는
익명의 직원도 있었다.

사실… 그 모든 관심이
나를 기쁘게도,
조금은 두렵게도 했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전에,
내 안엔 늘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 사람.

나보다 한 발 앞서 있었고,
한없이 따뜻했던 사람.
그러면서도 나를 조심스레 바라보던
그 선배.

그를 좋아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간들.
그가 나를 비껴가던 순간에도
난 스스로를 속이며 견뎌왔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의 진심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자꾸 그를 떠올렸다.
그리고, 멈춰 섰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어느 날 밤, 혼잣말을 하며 노트북을 덮었다.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내가 다가갈 수 없었던 나 자신 사이에서
나는 점점 익숙한 감정을 되풀이했다.

거절하고, 돌아서고, 혼자 남는 일.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예쁜 나이였지만,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수 없었다.
그 사람의 ‘좋았던 시간들’이
내 마음 안 어딘가에,
계속 살아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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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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