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다시 마주한 선배

27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27화. 회사에서 다시 마주한 선배

선배는 팀장이었다.
5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는 예전보다 더 단단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이다.”
그가 건넨 첫마디는 담백했지만,
그 말속에는 수많은 시간들이 겹겹이 얹혀 있었다.

선배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 안에 있는 본질은 그대로인데,
그 위에 시간과 책임, 연륜이 덧씌워져 있었다.

회의실에서 업무를 지시할 때,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그 눈빛은 무섭다기보다는,
그만큼 집중하고, 책임지는 사람의 것이었다.

하지만 입은 항상 유쾌한 말투로 분위기를 풀었다.

“이 부분은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한번 맡아볼래?”
“고생했어. 이건 분명히 네 덕분이야.”

존중과 신뢰가 깃든 언어,
어떤 자리에서도 사람을 편하게 하는 입모양.
나는 그 선배의 그런 **‘조화로운 모순’**이 좋았다.
유쾌하지만 예리하고,
부드럽지만 강인한 그 모습.

그가 무심하게 나를 챙겨주는 순간들,
회의 끝나고 조용히 내 자리로 와
“점심 거르지 마. 너 예전부터 안 먹고 버티잖아.”
하고 툭 던지는 말에,
난 괜히 눈을 피하고 말았다.

그게, 그냥 따뜻해서.

선배는 여전히 내 안에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의 진심을 어렴풋이 알았기에
선배 앞에서 함부로 허물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조심했고, 더 단단해졌다.

그날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농담처럼 말했다.
“팀장님이 너한테만 유하게 굴어. 옛날에 뭐 있었냐?”

모두 웃었고 나도 웃었지만
심장이 잠깐, 철렁 내려앉았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그 말이
나에겐 웃을 수 없는 진심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선배는,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으며
내 시선을 살짝 비켜가 주었다.

그 사람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
내 마음이 다치지 않게,
그저 조용히 옆에서 바람처럼 스쳐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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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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