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일기

11화. 수박이 전한 마음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11화. 수박이 전한 마음

2025년 8월 2일

어제 밭에서 따온 수박 여덟 통.
그중 두 통은 주인언니께 나눔 하고,
상처 난 두 통은 냉장고에 넣었다가 우리가 먹기로 했다.

그런데 남은 것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너무 익기 전에, 좋은 사람에게 건네야 할 것 같아
무심코 당근마켓에 올렸다.

잠시 후,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혹시 남았나요?’
‘직접 가면 바로 가져갈 수 있어요!’
‘당도는 어떻게 돼요!’

순간 당황했지만,
선착순으로 오겠다는 분 중 한 분이
“가져다주시면 5천 원 더 드릴게요” 하시길래
아침에 먹으려 잘라뒀던 수박 한 조각을 꾹 눌러 담고,
그분께 향했다.

출발한다고 말은 해놓고
집 정리 조금 하느라 미적거린 게 마음에 걸렸다.
집 근처에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미안한 마음이 먼저였다.

수박을 건네며
어제 괴산 밭에서 함께 수확한 단호박 하나,
그리고 햇살 아래 단단히 익은 참외 하나를
“맛만 보세요” 하며 건넸다.

그분은 한 조각 맛을 보시고는
망설임 없이 수박 세 통 값 모두를 지불하셨다.

갑작스레 몰린 문의에
미처 답 못 드린 분들에겐 죄송했지만,
이런 작은 인연도, 이런 작은 교환도
도시에선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음을 나눈 건 수박이지만
실은, 나도 위로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 슈퍼에 두고 온 수박이
문득 다시 생각났다.
그 수박은 또,
누군가의 오늘을 달콤하게 만들어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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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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