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단편추리
장르: 단편 추리 /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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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문은 항상 닫혀 있어야 했다.
그래야 실내 주차장이 보온도 되고, 비도 막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날은 왜 열려 있었을까?
그리고… 사진 속 나는 왜 그 안에 있었을까?
나는 그날 새벽의 CCTV를 다시 돌려보았다.
스튜디오 내부에는 카메라가 없지만,
지하 주차장 입구에는 오래된 녹화용 CCTV가 있었다.
영상은 선명하지 않았다.
흑백에 가까운 흐린 영상.
시야도 협소했다.
하지만 3시 15분경,
화면 가장자리에 움직임이 잡혔다.
한 사람.
검은 상의.
후드.
무표정.
새시문을 여는 모습.
그 사람은 잠시 주차장에 들어섰고,
잠깐… 정지했다.
그다음 순간,
그는 카메라 쪽을 ‘직접’ 바라봤다.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시선.
그는 ‘녹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일부러 찍히러 온 것처럼 보였다.
다음 장면,
그는 사진 속에서 봤던 작은 수박 두 통 앞에 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한 손으로 무언가를 ‘찍었다.’
“이게… 그 사진이야.”
나는 사진을 다시 꺼냈다.
구도, 방향, 그림자,
그리고 뒷모습까지.
분명 이 사진은 CCTV에 찍힌 사람과 동일한 인물이
촬영한 것이었다.
그 순간,
핸드폰이 또 울렸다.
‘익명 발신.’
메시지 한 통.
> “그 사진을 버려요.
당신이 기억하지 못한 밤에 찍힌 거예요.”
> “당신은 그때, 창문 안에서 잠들지 않았어요.”
나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내 방 창문은 새시문과 마주 보고 있다.
밤이면,
주차장 불빛에 비친 그림자가 내 방 벽지에 일렁인다.
그리고,
불현듯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새벽,
수박을 들고 내려온 막내가
나에게 “안 자요?”라고 물었던 순간.
나는 분명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가 본 나는…
거실 창문 앞에 서 있었다.
기억은 분명한데,
장면이 안 맞았다.
혹시…
내가 거기 있었던 게 아니라, 누가 날 흉내 낸 걸까?
아니면
기억이 조작된 걸까?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시문이 닫히지 않았다.
자동으로 닫히던 문이,
자꾸 어정쩡하게 열려 있었다.
몇 번이나 닫았는데,
어느새 다시 열려 있었다.
그리고,
내 방 창문 바깥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몇 초간,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나는 경찰에 신고하려다 멈췄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진 속의 나를 누가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됐다.
대신 나는
다락방에 있던 옛 카메라 한 대를 꺼냈다.
스튜디오를 처음 열 때 쓰던 오래된 디지털카메라.
여전히 배터리가 살아 있었다.
나는 그 카메라를 새시문 쪽에 설치했다.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타이머로 자동 촬영이 되도록 설정한 뒤
잠든 척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들을 확인했다.
총 23장의 사진.
처음 10장은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
그런데
12번째 사진부터…
누군가가 내 방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후드티.
선글라스.
그리고…
입가엔 이상한 미소.
사진을 넘겨갈수록
그 사람은 점점 더 창문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
그의 손에, 내 방 창문 손잡이가 잡혀 있었다.
나는 급히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비팀은 말한다.
“CCTV상 출입 흔적은 없습니다.
주차장 문도 정상 작동 중이고요.”
“…그럼, 저 사람이 어떻게 들어왔죠?”
경찰은 말없이 사진을 넘겨봤다.
그리고 마지막에 멈추며 말했다.
“이건… 필름 사진인가요?”
“… 아뇨, 디지털입니다.”
경찰은 표정을 굳혔다.
“디지털로 이 정도 노이즈가 발생하지는 않는데요.
이건… 누군가 필름을 촬영한 후,
다시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보입니다.”
“…무슨 말이죠?”
“이건 실시간 장면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든 장면일 수 있어요.
당신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로.”
나는 말문이 막혔다.
누군가가 나를 찍은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믿지 못하게 하려는 조작일 수도 있다.
“누가… 왜 이런 걸?”
경찰은 잠시 침묵하다
이름을 하나 내뱉었다.
“혹시, 2층 주인분과 요즘도 연락하시나요?”
“…네?”
그 순간,
내 핸드폰에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익명 발신.
> “문을 다시 닫아.
지금 열려 있잖아.”
나는 소름이 끼쳤다.
새시문.
닫은 줄 알았던 그 문이…
**
나는 곧장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새시문은 절반만 열린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검은 귀걸이 한 쌍이
고요히 놓여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사진 속 그림자는 ‘나’가 아니라
나를 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눈은,
아직도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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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사라진 귀걸이의 의미,
2층 주인 언니의 과거,
그리고
‘그날 사진을 찍은 진짜 인물’이
점점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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