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단편추리
장르: 단편 추리 /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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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걸이였다.
작고 검은 원석이 박힌,
은색의 단아한 귀걸이.
그건 주인 언니가 가끔 착용하던 거였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우리는 같은 건물에 살면서 종종 마주쳤다.
계단참에서 마주칠 때마다
나는 무심한 듯 그녀의 귀걸이를 봤고,
그건 거의 항상 한쪽만 있었다.
"쌍으로 있는 건 못 봤다"는 게
오히려 기억을 또렷하게 만든 셈이다.
그런데
그 두 짝이,
새시문 앞 주차장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경찰은 일단 사진과 귀걸이를 회수했다.
나는 경찰이 떠난 뒤에도
자꾸만 새시문을 다시 열어보았다.
혹시 거기 또 뭐가 남아 있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없었다.
하지만 귀걸이는 무언가 '의도된 흔적' 같았다.
그걸 굳이 놓고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이틀 후,
새벽 세 시.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 “3층 창문을 봐요.
어제도 그분 거기 있었어요.”
나는 벌떡 일어났다.
3층은 원래 20대 남성 디자이너가 살고 있었다.
이사를 온 건 반년쯤 전.
밤늦게 작업하는지 불이 자주 켜져 있었지만
최근엔 거의 안 보였다.
나는 후레시를 들고
복도를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주차장 말고,
계단으로.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3층.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틈엔 오래된 전단지가 한 장 끼워져 있었고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문 안쪽에서 바람 소리 같은 게 들렸다.
창문이 열려 있는 건가?
나는 옆 벽에 기댄 채
살며시 복도 끝 창문 쪽으로 갔다.
그리고 바깥에서
그 집 거실 창을 올려다보았다.
거기,
누군가가 서 있었다.
**
후드티.
이번엔 검은 마스크까지.
하지만 그는 분명 3층 거실 안에 있었다.
불은 꺼져 있었지만
가로등 불빛에 희미하게 윤곽이 보였다.
나는 급히 돌아와 경찰에 알렸다.
그들은 새벽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지난 사건 때문에 곧 출동했다.
3층 문을 열었을 땐
이미 아무도 없었다.
열려 있던 창문은
바깥 난간을 통해 쉽게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고
그 흔적은 신발자국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거실 구석에서 작은 쪽지 하나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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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이 집엔 세 명이 더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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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 쪽지는 분명
나에게 남긴 것이었다.
**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문단속은 물론,
창문도 못 열었다.
밤에는 불도 거의 켜지 않았다.
혹시 밖에서 날 지켜볼까 봐.
그러다 어느 날,
2층 주인 언니가 올라왔다.
손엔 떡을 들고.
“수박 잘 먹었어.
근데… 너 혹시 귀걸이 본 적 있니?
검은색 작은 원석 박힌 거였는데…”
“…두 짝 다요?”
“아니, 늘 한쪽만 있었는데
며칠 전에… 없어졌어. 이상하게.”
나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주차장에… 떨어져 있었어요.
경찰이 가져갔어요.”
언니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경찰이?
왜, 그게 무슨 일인데?”
나는 말없이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3층에, 누가 다른 사람 출입한 거 본 적 있어요?”
언니는 잠시 눈을 피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 아니, 본 적은 없는데.
가끔 이상한 소리는 들렸어.”
“어떤 소리요?”
“밤늦게 쿵쿵…
창문 여닫는 소리.
근데, 그 집은 늘 불이 꺼져 있었거든.”
**
경찰은 곧
3층에서 발견된 사진 한 장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흑백.
흐릿한 인물들.
창밖을 찍은 듯한 구도.
그런데 사진 속 인물은
바로 ‘나’였다.
거실에서 수박을 자르고 있었고
창밖 어딘가에서 망원 렌즈로 찍힌 듯한 사진이었다.
내 뒷모습은
평온했고 무방비였다.
하지만 그걸 보고 있는 시선은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누군가,
아주 오래전부터
내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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