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단편추리
마루 끝 단편추리
장르: 단편 추리 /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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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망원렌즈 사진 속 ‘피사체’가 되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오래도록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떤 감정일까?
몰래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는 공포?
아니면
그걸 몰랐던 ‘무방비한 나’에 대한 분노?
사진을 들여다볼수록,
그 감정은 ‘혼란’으로 바뀌었다.
왜 ‘나’였을까?
그리고 왜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기록만 하고 있었던 걸까?
경찰은 3층 옥상 난간에서 오래된 필름 카메라 한 대를 회수했다.
내가 발견한 디지털 사진과는 다른 종류였다.
그 카메라 안에는
이미 사용된 흑백 필름이 남아 있었고
현상한 결과,
사진 대부분엔 내 방의 창문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중 단 한 장.
내가 아닌
2층 주인 언니가 찍힌 사진이 있었다.
**
사진 속 언니는,
밤중에 분명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창문 앞에 서 있었다.
포즈도
표정도
낯설 만큼 '작정한' 모습이었다.
나는 사진을 경찰에게서 다시 받으며 물었다.
“이거… 조작일 가능성은 없나요?”
“아뇨. 필름이니까. 디지털처럼 조작이 어렵습니다.
다만, 의도적인 연출일 순 있습니다.
찍히는 사람도, 찍는 사람도 의도한 거죠.”
“… 언니가… 찍힌 걸 알고 있었단 말인가요?”
경찰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면… 일부러 찍히려고 했거나.”
나는 그날 밤,
2층 언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언니,
예전에… 3층 남자랑 얘기해 본 적 있어요?”
“응… 딱 한 번.
처음 이사 왔을 때 계단참에서.
그땐 그냥 수줍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어.”
“혹시, 그가 언니한테 무슨 부탁 같은 거 한 적 없어요?”
“… 있었어.”
“뭔데요?”
“…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되냐고 했어.
‘프로필용이다, 인물 구도 연습이다’ 뭐 그런 핑계였는데
뭔가 어색해서 거절했어.
근데 그때,
잠깐 찍힌 것 같았어.
불쑥 카메라를 꺼내더니 ‘찰칵’하고…”
그 사진이 지금,
현상된 필름 속에 있던 것이었다.
그녀가 ‘찍힌 줄 몰랐던 순간’은
사실 철저하게 연출된 구도였던 셈이다.
며칠 뒤,
스튜디오 건물에서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이번엔 4층 옥탑방.
오래 비워져 있던 그 방에서
낡은 침낭, 빈 컵라면, 그리고
A4용지로 인쇄된 수십 장의 사진 목록표가 발견되었다.
그 안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관찰 대상 1: 201호 - 이름 모름. 창 앞 3분 47초 머무름. 미소 있음.
관찰 대상 2: 301호 - 문 틈 사이 습관적으로 쳐다봄. 눈빛 불안정.
관찰 대상 3: 101호 - 매일 밤 11시 창문 앞 정지. 단 6초.
공통점: 빛에 반응함. >
공통점?
나는 그 단어에서
‘새시문’과 ‘조명’,
‘사진 속 그림자’를 떠올렸다.
우리를 본 게 아니라
‘빛에 반응하는 인간의 움직임’을 수집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그 시선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악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관찰자.
그저 데이터를 쌓고, 기록하고, 분류하는.
하지만
그런 무감정한 기록이
어느 순간
공포가 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경찰은
4층에서 발견된 물품을 토대로
건물 밖, 인근 고시원에서
‘망원 사진 장비’를 대여한 인물을 추적했고
놀랍게도
그 인물은 3층 세입자 본인이 아니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계약만 하고 거주하지 않은 상태.
대신,
그 방은 ‘지인’에게 잠시 맡긴다는 말만 남긴 채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즉,
실제로 사진을 찍고 관찰한 사람은
**우리 중 누구도 얼굴을 모르고 있었던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등 뒤가 서늘해졌다.
우린…
누군가가 심어 놓은 ‘무인관찰소’ 안에
알지도 못한 채 살아온 거였다.
3층.
4층.
새시문.
창문.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이었던 셈이다.
며칠 후,
익명으로 배달된 작은 택배 하나.
보낸 사람 없음.
그 안에는
USB 하나와
귀걸이 한 짝.
그리고 쪽지 하나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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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타깃은 당신이 아니었어요.
당신은 그저, 가장 아름답게 움직였을 뿐이에요.”
_
나는 USB를 열어보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어느 쪽 창문도
열지 않게 되었다.
왜냐면
그 USB 안엔,
내가 모르는 나의 모든 순간들이 들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순간들 속 어딘가에
진짜 범인이 ‘웃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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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선
그 USB를 열게 되며
‘기록자의 목적’이 드러나고,
사건의 중심이 조금 더 깊은 방향으로 뒤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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