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추리
망각의 집, 기억의 굴레
산 아래 작은 마을, 그 마을 끝자락의 마루 끝에서 연주는 오래된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있었다. 외삼촌이 남긴 단 한 줄의 쪽지—"그 아이를 기억하니?"—로부터 시작된 기억의 미로 속에서, 연주는 아버지와 외삼촌, 그리고 오래전 실종된 한 여자아이의 흔적을 좇아 마을을 뒤지고 있었다.
외삼촌이 세상을 떠난 날 밤, 연주는 작은 책상 서랍 속에서 사진 한 장을 찾았다. 누렇게 바랜 흑백 사진 속에는 지금의 공터가 나오기 전, 우물 옆에 서 있는 세 아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중 가운데 있는 여자아이는 수수한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양옆의 소년은 바로 외삼촌과 아버지였다.
사진 뒷면엔 ‘1971년 6월. 연분리 우물 옆’이라고 적혀 있었다. 연주는 그 사진이 찍힌 해에 마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전 마을회관 창고에서 발견한 낡은 신문 스크랩북 안에서 짧은 기사를 발견했다.
‘연분리에서 9세 여아 실종. 마을 전체 수색에도 행방 묘연. 경찰은 단순 가출 아닌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연주는 아버지에게 그 아이에 대해 물었지만, 아버지는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 짧게 잘랐다. 입을 굳게 다문 채, 마치 어떤 뚜껑을 억지로 눌러 덮는 사람처럼.
그날 밤, 연주는 꿈을 꾸었다. 어린 연주가 어둡고 습한 지하창고에서 나무 뚜껑을 열고 고개를 내민 여자아이와 마주치는 꿈. 그 아이는 말없이 연주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그 미소는 사진 속 여자아이와 똑같았다.
다음날 아침, 연주는 아버지가 늘 지니고 다니던 낡은 열쇠꾸러미 중 이상하게도 먼지가 하나도 안 쌓인, 반질반질한 작은 열쇠 하나에 눈길이 갔다. 그것은 오래전 집 뒤편, 장독대 아래에 묻혀 있는 창고의 자물쇠와 같은 모양이었다.
연주는 조심스럽게 장독대를 밀어내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땅속에서 녹슨 철제 뚜껑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쇠를 돌리자, 삐걱거리며 열린 입구 안에는 축축하고 곰팡내 나는 공기 속에 오래된 나무 상자 하나가 있었다.
상자 안에는 아이의 작은 구두 한 짝, 그리고 나무 인형과 함께, 일기장 한 권이 들어 있었다. 겉표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나는 아직 여기 있어요.”
연주는 손을 떨며 그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도 두 오빠랑 놀았다. 나는 오빠들이랑 노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아저씨는 내가 말을 하면 안 된대. 내가 본 거 말하면 다친다고 했다.’
그 순간, 연주는 아버지의 눈빛을 떠올렸다. 어릴 적, 마루 끝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버지의 깊고 멍든 눈빛. 그리고 명절이 끝난 후 늘 혼자 야산 쪽으로 나가던 뒷모습. 그 외로움과 슬픔의 근원이, 이제야 조금 이해되는 것 같았다.
실종된 여자아이. 아무도 찾지 않았던 과거의 진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두 소년.
그날 밤, 연주는 다시 마루 끝에 앉아 일기장을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집 안은 조용했고, 바람이 살며시 창문 틈을 흔들고 있었다. 문득 그녀는 알 수 없는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스르륵 지나가는 어린아이의 그림자.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속삭였다.
“이제,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
#마루끝일기 #시골추리 #가족의 비밀 #기억의 무게 #실종된 아이 #마루 끝추리 #브런치연재 #감성추리소설 #외삼촌의 쪽지 #마루 끝에서 벌어진 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