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30화 – 창고 경보기와 마을 초비상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30화 – 창고 경보기와 마을 초비상

그날 이후, 집주인아저씨는 결심한 듯 말했다.
“이젠 절대 아무나 창고 못 열게 하겠습니다.”

우린 속으로 ‘또 비밀번호 바꾸는 건가…’ 생각했는데,
그가 꺼내든 건 의외로 번쩍거리는 경보기였다.
아저씨는 뿌듯하게 설명했다.
“이거 문만 열면 삐삐삐삐 소리 나고, 내가 있는 아파트로 바로 알림이 갑니다.”

102호 아저씨가 그걸 유심히 보며 말했다.
“아니, 시골 창고에 무슨 경보까지… 군대 방공호냐?”
아저씨는 심각하게 대답했다.
“농기구는 제 무기입니다.”

며칠간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101호 아주머니가 마당에서 상추를 씻다가 내게 말했다.
“저 삽 좀 빌려올까?”
“경보 울리면 어떡하려고요?”
“아유, 내가 문 살짝 열고 바로 닫으면 되지.”

그렇게 아주머니는 슬금슬금 창고 쪽으로 갔다.
잠시 후,
“삐! 삐! 삐! 삐!”
창고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마당이 난리 났다.

마침 지나가던 우편집배원 아저씨는 놀라서 자전거를 세우고,
“불났어요? 도둑이요?” 소리쳤다.
102호 아저씨는 귀를 막으며 뛰어왔고,
나는 놀란 나머지 창문에서 고개만 내밀었다.

그리고 불과 5분 뒤,
집주인아저씨의 1톤 트럭이 마당으로 쾅하고 들어왔다.
뒤이어 싼타페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뒤에서 마을 이장님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왔다.

아저씨는 트럭에서 뛰어내리자마자 창고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101호 아주머니가 삽을 들고 멀뚱히 서 있었다.
“아… 그냥 상추밭 좀… 고치려고…”

아저씨는 눈을 질끈 감더니,
“아니, 상추밭이 뭐라고 창고를 뚫어요?!”
아주머니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뚫은 건 아니고… 열었어요.”

이장님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 경보, 소리가 장난 아니던데… 우리 마을회관까지 다 들리던데?”
그 순간, 저 멀리서 트랙터를 타고 오던 201호 청년이 나타났다.
“여기서 경보 울린 거예요? 멧돼지 들어온 줄 알고…”

그날 창고 앞에는 트럭, SUV, 오토바이, 자전거, 심지어 트랙터까지 모여 마치 시골판 비상대책회의 같았다.
결국 아주머니는 삽 하나 빌리려고 마을 사람 절반을 불러 모은 셈이었다.

아저씨는 경보기를 끄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창고 쓰고 싶으면 전화하세요. 제가 열어줄게요.”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보기가 또 울렸다.
이번엔 102호 아저씨가 “안에 내 장화 있는데…” 하면서 문을 열어본 거다.

결국 그날 저녁, 마당은 경보기 합창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아저씨는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말했다.
“차라리 창고를 없앨까…”

그날 이후 경보기는 여전히 달려 있지만,
이상하게도 동네 사람들 모두 경보음을 들으면 웃음부터 터뜨리게 됐다.
왜냐면, 그 소리가 이제 **‘농기구 빌리는 신호’**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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