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 창고 캠핑 사건
경보기 사건 이후, 집주인아저씨는 창고 출입 규칙을 더 강화했다.
“농기구 필요하면, 내 허락받고, 내 앞에서 꺼내 쓰고, 내 앞에서 다시 넣어라.”
거의 군대보다 엄격한 규칙이었다.
문제는 우리 세입자들이 그 창고에 애착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경보기 소동을 겪고 나니, 괜히 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좁은 공간에 있는 온갖 농기구, 페인트통, 기름 냄새…
왠지 비밀기지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101호 아주머니가 마당에서 수박을 썰다가 말했다.
“우리, 아예 창고를 캠핑장처럼 꾸미는 거 어때?”
“캠핑장?”
“그래! 어차피 아저씨 허락 없이는 못 들어가지만, 아저씨 계실 땐 마음껏 쓰잖아. 그때 들어가서 라면 끓여 먹고, 전기 꽂아놓고…”
102호 아저씨가 눈이 반짝였다.
“창고에서 라면 끓이면… 그 맛은 보통이 아닐 거야.”
나도 덩달아 상상을 했다.
빗소리 들으며 창고 안에서 컵라면에 김치 한 젓가락… 그건 거의 사치였다.
계획은 순식간에 세워졌다.
아저씨가 마당에 있는 날을 노려, 세입자 셋이 짐을 준비하기로 했다.
휴대용 버너, 미니 테이블, 캠핑 의자, 그리고 필수템인 방석까지.
101호 아주머니는 수박과 삶은 감자, 102호 아저씨는 막걸리, 나는 김치와 라면을 챙겼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아저씨가 트럭을 마당에 세우고 창고 문을 열어 농기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우린 슬쩍 다가가 말했다.
“아저씨, 창고 안에서 잠깐 짐 정리 좀 해도 돼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오래 있으면 숨 막힌다. 창고 냄새 심하거든.”
우린 ‘예, 예’ 하며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번개처럼 셋이서 세팅을 시작했다.
버너 위에 물 올리고, 캠핑 의자 펴고, 미니 테이블 펼치고…
101호 아주머니는 창고 구석에 있는 긴 호미를 옷걸이 삼아 우비를 걸었다.
“이렇게 걸어두면 캠핑장 느낌 나잖아~”
물이 끓자, 라면 세 개를 한 냄비에 넣었다.
그 향이 좁은 창고 안을 가득 채웠다.
“아… 이 냄새!”
우린 거의 감탄사만 연발했다.
그런데 문제는… 창고 안에 있던 오래된 페인트 냄새가 라면 냄새와 섞이면서
뭔가 ‘이상한 맛의 공기’가 형성된 거였다.
101호 아주머니가 젓가락을 들더니 말했다.
“이거 먹어도 괜찮을까?”
102호 아저씨는 태연하게 말했다.
“라면에 페인트 좀 들어가면… 칼라풀해지겠지 뭐.”
우린 킥킥 웃으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 순간, 창고 문이 벌컥 열렸다.
“야! 너희 뭐 하냐?”
집주인아저씨였다.
우린 세상 제일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게… 피크닉이에요.”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경보기 단 이유가 뭔지 아냐? 바로 너희 같은 사람들 때문이야!”
그런데 그때, 버너 불이 세게 올라가더니 라면 국물이 펄펄 끓어 넘쳤다.
창고 바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아저씨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야! 여기 기름통 있는 거 안 보여? 불나면 집 다 탄다!”
우린 황급히 버너를 끄고, 냄비를 밖으로 들고나갔다.
아저씨는 한참 우리를 노려보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근데 나도 한 젓가락만 줘라.”
그날, 창고 앞에서 우리는 아저씨와 함께 라면을 나눠 먹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다음번엔… 창고 대신 마당에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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