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초기의 귀환 8월 15일, 오전 비, 오후 해 쨍쨍.
마루끝일기 – 예초기의 귀환
8월 15일, 오전 비, 오후 해 쨍쨍.
아침에 창문을 열었더니 빗방울이 처마 끝에서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커피잔을 들고 마당을 내려다보니, 풀들이 어제보다 더 당당하게 서 있었다. 마치,
“어제 우리 못 건드렸지? 오늘도 만만치 않을 거야.”
하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았다.
어제 하루는 예초기와 ‘병원행’이었으니 풀 베기는 꿈도 못 꿨다. 농기계 수리센터에서 친절한 주무관님이 웃으면서,
“시동만 잘 걸리면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라고 했을 땐, 예초기가 갑자기 ‘건강 진단서’라도 받은 것처럼 당당해 보였다.
비가 그치자마자 오늘은 복귀전.
예초기를 꺼내며 말했다.
“자, 오늘부터는 진짜 일한다. 알았지?”
그랬더니… 기계가 대답이라도 하듯 ‘툭툭’ 기름통을 흔들더니 가만히 있었다. 줄을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당기자, 드디어 ‘부르릉!’ 하고 살아났다.
“그래, 잘한다! 역시 우리 집 장남이야.”
칭찬하자 갑자기 엔진 소리가 더 커졌다. 기계도 사람처럼 칭찬에 약한 모양이다.
풀밭으로 들어가자 예초기가 힘차게 풀을 베기 시작했다.
‘파바박!’ 날카로운 소리에 풀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나는 속으로,
‘그래, 이 맛에 예초기 돌리지.’
하며 신이 났다.
그런데 한참 하다 보니 예초기가 슬슬 속도를 늦췄다.
“왜? 벌써 힘들어?”
기계는 대답 대신 ‘부르르르…’ 하더니 칼날만 빙빙 돌리고 있었다.
“야, 지금 너 쉬면 나 혼자 삽질이야. 정신 차려!”
다시 칭찬 모드로 바꿨다.
“우리 예초기 제일 멋지다! 너 아니면 이 풀 누가 다 베겠어?”
그러자 정말로, 기계가 다시 힘을 내더니 ‘파바박!’ 소리를 냈다.
예초기와 대화하면서 한 줄, 두 줄 풀을 밀어 나가니 비에 젖은 흙냄새가 올라왔다. 그 냄새가 은근히 기분을 좋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계가 1시간 정도 지나자 또 삐졌다는 거다.
“이제 됐어. 나 오늘 여기까지.”
하는 듯 시동이 꺼졌다.
결국 예초기는 절반만 깔끔하게 하고 퇴근했다. 나도 팔이 묵직해져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제는 ‘0’이었는데 오늘은 ‘50’이면 반은 해낸 거니까.
저녁이 되니 해가 다시 쨍쨍해지고, 바람에 나뭇잎들이 반짝였다. 풀냄새가 부드럽게 감돌았다. 예초기를 창고에 넣으며 말했다.
“내일은 남은 절반 한다. 오늘은 수고했어.”
그랬더니, 기계가 기름통을 ‘툭툭’ 두 번 흔들었다. 그게 대답인지, 그냥 기름이 덜 찬 건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