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도심 산책과 작은 결심

2025년 08월 21일 목요일 맑음

ㅡ마루끝일기 – 한여름 도심 산책과 작은 결심

오늘은 아들과 함께 한여름 도심을 걸었다.

높게 솟은 건물 사이로 난 그늘을 따라 걷자, 직사광선은 피할 수 있었지만,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땀이 주르륵 흘러내릴 때와 식을 때, 몸 안에 남는 미세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 열기는 불편함이면서도 이상하게 상쾌했다. 마치 운동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심한 아들은 지금 휴학 중이라, 집에만 있으면 시간을 허비하는 느낌이 들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산책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걸으면서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연스레 내가 궁금했던 그의 관심사까지 물어보게 되었다.


“아들아, 혹시 연기학원 한 번 다녀볼래?”

내 질문에 아들은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굴렸다.

“한 달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경험 삼아 한 달만 해보는 거야.”


그렇게 둘은 동네 연기학원에서 상담을 하고, 바로 등록까지 해버렸다. 아들의 얼굴에는 살짝 설렘과 긴장이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잘했어, 오늘의 산책이 의미 있어지겠군’ 하고 혼자 미소 지었다.


걸음을 옮기면서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고층 빌딩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뜨거운 여름 공기를 조금이나마 식혀주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고, 간간이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도심의 소음을 부드럽게 덮었다. 걸음걸이마다 땀방울이 셀 수 없이 흘러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몸의 감각은 또 하나의 재미였다. 땀을 흘리고, 숨이 차오르고, 바람에 식혀지는 순간순간이 작은 운동이자 삶의 체험이었다.


아들과 나는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엄마, 땀이 이렇게 많이 나니까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네.”

“맞아, 땀 흘리면서 걸으면 기분도 달라지고, 마음도 시원해지는 것 같지?”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 조심스럽고 소심한 편이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눈빛이었다. 뭔가 도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걸음을 다시 옮기며 우리는 작은 목표를 정했다. “오늘 집에 가서 네가 연기학원에서 배운 걸 조금이라도 연습해 보자.”

아들은 살짝 웃으며 동의했다. 그 작은 웃음 속에서 나는 아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한참 걸으면서 우리는 길가의 가게들을 구경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 모든 것이 아들과 나누는 대화의 소재가 되었다. “엄마, 저 사람들 진짜 바쁘게 움직이네.”

“그래, 세상은 늘 바쁘게 돌아가지만, 우리만의 속도로 걸어도 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들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 오늘 산책 재미있었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날이 많아야 하는데…’

한여름 땀과 열기, 그리고 작은 결심이 남긴 오늘의 산책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였다. 아들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나는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오늘의 산책과 대화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 땀으로 적셔진 셔츠를 벗고,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면서 나는 생각했다. “오늘 하루, 이렇게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 참 좋다.”


오늘 산책은 단순히 걸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작은 용기와 결심을 공유했다. 한여름의 도심은 뜨겁고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동시에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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