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끝일기

인천 부두 앞, 회 한 접시의 행복

마루끝일기 – 인천 부두 앞, 회 한 접시의 행복

2025년 8월 16일 토요일 맑음

가성비 좋은 회센터를 검색하다가 눈에 확 들어온 이름이 있었다. 바로 인천 부두 근처의 ‘맘모스 회센터’. 이름부터 압도적이다. ‘맘모스’라니, 무슨 회를 한 점 먹으면 코끼리 기운이 솟는다는 뜻인가. 아니면 상다리가 ‘맘모스급’으로 차려진다는 뜻인가. 궁금증을 안고 지난번에는 아들과 다녀왔었다. 그때 아들은 젓가락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연신 “엄마, 이건 진짜 미쳤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오늘은 그때와 다르게 특별한 멤버가 함께 했다. 아들의 절친, 명진이가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아들만큼이나 먹성 좋고 유쾌한 친구라서, 왠지 오늘의 회 먹방은 더 흥겹고 배부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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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그리고 기대감

오후 두 시. 세 사람은 이미 마음속으로는 접시에 회를 올려놓고 있었다. “오늘은 뭐부터 먹을까?”라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광어? 우럭? 아니면 해삼부터? 내비게이션은 한 시간 거리라 했지만, 우리의 위장은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차 안에서 아들은 지난번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야, 거기 진짜 상다리 부러질 뻔했어. 산낙지에 멍게에, 간장게장까지… 니가 가면 놀랄 거다.”
명진이는 듣는 내내 눈이 커지더니, 벌써부터 군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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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모스 회센터 입성

세 시가 다 되어 도착한 ‘맘모스 회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바다내음이 스며들었다. 3인분을 주문했는데, 잠시 후 식탁 위에는 바다 한가득이 올라왔다.

산 낙지, 개불, 멍게, 해삼, 조개, 새우까지. 바닷속 친구들이 총출동한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상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명진이는 첫 젓가락을 들고는 바로 감탄했다.
“와, 이게 진짜 싱싱한 거구나! 치아가 씹는 게 아니라, 혀가 먼저 춤추네!”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봤지? 내가 괜히 엄마 데리고 다시 온 게 아니야.”

나는 그 둘의 표정을 보며 흐뭇했다. 한쪽에서는 젊은 입맛들이 환호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엄마 마음이 포만감으로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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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들어가는 위는 따로 있다

문제는, 시작부터 너무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산 낙지를 먹고, 멍게를 먹고, 새우까지 입에 넣고 나니 벌써 배가 불룩했다. 그런데 본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잠시 후, 메인메뉴인 광어와 우럭회가 푸짐하게 차려졌다. 평소 같으면 “아, 배부르니까 이제 그만 먹자” 할 타이밍이었는데, 이상하게 회만 나오면 손이 다시 움직인다. 정말 회 들어가는 위장은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엄마, 이건 진짜 살살 녹는다.”
“명진아, 너 지금 얼굴 반은 회로 변했어.”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또 젓가락을 놀렸다. 어느새 접시가 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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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데도 간장게장은 못 참지

사실 매운탕까지는 무리였다. 국물만 살짝 떠먹고 “더는 못 먹겠다”며 포기했다. 그러나 간장게장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곳의 간장게장은 지난번에도 감탄을 자아낸 메뉴였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밥도둑 중의 도둑.

명진이 손에는 간장게장 포장 봉지를 들려주고, 우리 것도 얼음물까지 챙겨 이만 원어치 포장했다. 이미 배는 배꼽까지 차올랐지만, 셋 다 같은 생각을 했다.

“저녁에 따끈한 햇반이랑 간장게장 먹으면 진짜 끝장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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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없다, 다음이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배를 부여잡고 차에 몸을 싣고도 또다시 음식 이야기를 했다. 웃기게도, 다들 “다시는 이렇게 배부르게 먹지 말자”라고 다짐하면서도 다음번 만남을 회센터에서 하자는 약속을 했다.

맘모스 회센터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나에게는 일종의 ‘회 마법 학교’ 같은 곳이었다. 들어갈 때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나올 때는 “다시는 안 먹는다”는 다짐을 졸업장처럼 손에 들고 나오는 졸업생이 된다. 문제는 그 졸업장이 한 주도 안 가고 찢겨 나간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음 주쯤, 우리는 또다시 맘모스의 품으로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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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편의 작은 여정이 끝났다. 회를 먹으러 떠난 길이었지만, 결국엔 아들과 친구, 그리고 나 사이의 웃음과 추억이 더 크게 남았다. 바다는 우리에게 늘 풍성함을 주고, 회 한 접시는 그 풍성함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오늘 하루, 그 특별한 한 접시 덕분에 나는 또다시 일상의 피곤함을 잊고, 즐거움으로 배를 채웠다.


“여러분은 회 들어가는 위장이 따로 있다고 믿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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