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34화 – 마당 캠핑 대참사: 비 오는 날과 젖은 막걸리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34화 – 마당 캠핑 대참사: 비 오는 날과 젖은 막걸리

그 주말, 우리는 마당에서 정례 캠핑을 준비했다.
101호 아주머니는 김치와 감자, 수박을 챙기고,
102호 아저씨는 막걸리와 소시지, 나는 라면과 계란을 준비했다.

그런데…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앗! 비!”
우린 허둥지둥 텐트 대신 가져온 큰 비닐을 펼쳐 테이블 위를 덮었다.

하지만 101호 아주머니가 외쳤다.
“비가 오니까 냄비와 버너도 젖잖아요!”
그 순간 102호 아저씨가 막걸리 병을 들고 달리다가 비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병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지며 라벨이 젖어 번지고, 막걸리는 마당에 쏟아졌다.

개는 젖은 마당을 보며 신나게 뛰기 시작했다.
“야! 이거 거의 수영장이야!”
101호 아주머니가 비닐 위로 물이 튀자 놀라 뒤로 넘어지고,
나는 라면 냄비를 잡으려다 손이 미끄러져 국물이 내 발에 쏟아졌다.

우린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지만, 웃음도 잠시…
집주인아저씨가 트럭에서 뛰어나왔다.
“야! 또 비 와서 캠핑이야?”
“아… 아저씨, 자연 친화적 캠핑이에요.”
“이건 자연 친화적이라기보다, 폭우 속 생존 훈련이네.”

그 순간, 개가 미끄러운 마당에서 뛰다가 테이블을 한쪽으로 밀었다.
테이블 위의 음식이 모두 바닥으로 쏟아지고,
101호 아주머니의 수박 조각은 흙탕물과 섞였다.
102호 아저씨는 젖은 막걸리를 피하려다, 자신이 앉던 의자 위에서 미끄러져 그대로 라면 냄비 위로 떨어졌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하… 이건 뭐, 비 오는 날의 서바이벌 캠핑인가?”
그때 개는 막걸리를 핥으며 신난 듯 짖었고, 우리는 비 맞은 채 음식과 함께 뒤엉켰다.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팔짱을 끼었다.
“야, 너희는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는 거야!”
101호 아주머니는 젖은 수박을 들고 말했다.
“아저씨, 이게 바로 우리 마당 캠핑의 묘미예요. 흙탕물과 라면, 막걸리와 수박!”

우린 결국 포기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비닐로 덮은 채 비를 맞으며 음식을 나눴다.
라면은 흙탕물 맛과 섞여 이상하게 칼라풀했고, 막걸리는 살짝 묽어졌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날 밤, 마당 캠핑은 완전히 대참사가 되었지만,
웃음과 소동으로 가득 찼다.
개는 흙탕물 속에서 신나게 뛰었고, 우리는 젖은 채 서로를 보며 깔깔 웃었다.
집주인아저씨는 멀리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흐뭇해하는 눈치였다.

결국 우리는 깨달았다.
“캠핑이란, 계획보다 예측 불가한 사건과 웃음이 함께해야 제맛이다!”
비 오는 날 젖은 막걸리와 흙탕물, 그리고 난동 부리는 개까지…
이 모든 게 우리 마당 캠핑을 잊지 못할 전설로 만들어 주었다.

그날 이후, 마당 캠핑의 정례화는 계속되었고,
“비 오면 더 재미있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폭소 상황을 기대하며, 다시 마당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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