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지방으로 향하는 날이면
미화와 그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에
차에 올라타
말없이 길을 달렸고,
해가 저물 무렵에는
피로가 섞인 웃음을 나누며
다시 돌아왔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둘뿐인 것 같았다.
현장은 거칠었고
일은 고되었지만
그는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미화보다 먼저 움직였고,
미화보다 늦게 쉬었다.
그의 헌신은
의심할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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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는
느끼고 있었다.
그의 사랑 안에는
설명되지 않는 여백이 있다는 걸.
받지 않는 전화들,
갑자기 비어버리는 시간들,
말해지지 않는 일정.
그 모든 것들이
가슴 한켠을 찔렀다.
하지만 미화는
애써 외면했다.
알고 싶지 않았다.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의심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이 황홀한 이틀이
산산이 부서질 게 분명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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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시간은
너무도 달콤했다.
좁은 지방 식당에서
마주 앉아 먹는 늦은 저녁,
피곤에 젖은 얼굴로
서로의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순간.
그는 늘 말했다.
“이렇게 있는 게 제일 좋아.”
“아무도 신경 안 쓰고.”
그 말은
미화를 안심시키면서도
묘하게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이 사랑이
빛을 피해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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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
차 안에서 잠시 쉬던 시간,
그가 잠든 얼굴을 보며
미화는 생각했다.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하는데
내가 뭘 더 의심할 자격이 있을까.
그렇게
자기 마음을 달랬다.
의심은
사랑을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확인은
너무 잔인한 선택 같았다.
그래서 미화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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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이틀이 끝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불안은 찾아왔지만
그 이틀의 기억은
미화를 붙들어 주었다.
황홀했다.
너무 황홀해서
의심마저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미화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
지금만큼은,
행복하잖아.
그러나
알면서도 외면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미화는
아직 몰랐다.
외면한 진실은
언젠가
사랑보다 더 큰 소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 황홀한 이틀이
훗날
가장 아픈 증거가 되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