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차이
그는
미화와 함께 지방을 다녀온 뒤에도
쉬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에 돌아오면
더 바삐 움직였다.
지방 스케줄로 비워둔 시간들을
한꺼번에 되찾으려는 사람처럼,
하루를
몇 겹으로 접어 쓰고 있었다.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고,
차 안에서 회의를 했고,
이동 중에도
다음 약속을 정리했다.
그의 몸은
지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
반면
미화는 달랐다.
지방에 다녀온 다음 날이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무거운 팔다리,
가라앉지 않는 피로,
머릿속까지 둔해지는 느낌.
아무리 애써도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미화는
그 사실이
처음엔 부끄러웠다.
같이 움직이고 싶었고,
같이 버텨내고 싶었는데
몸은 정직하게
한계를 드러냈다.
---
“오늘은 좀 쉬어.”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눈은 이미
다음 일정으로 향해 있었다.
미화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고마움과
서운함이
겹쳐진 감정.
그는 늘
미화에게 맞춰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세상은
그의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
미화는 혼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의 하루에
나는 어디쯤 있을까.
지방에 있을 때는
그의 하루 전부 같았지만,
서울에 돌아오면
그의 삶은
미화 없이도
아주 잘 굴러가고 있었다.
그 간극이
미화를 아프게 했다.
---
저녁 무렵,
그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지금 끝나.
쉬고 있어.”
미화는
그 한 줄을 보며
괜히 눈물이 날 뻔했다.
보고 싶다는 말도,
곁에 있고 싶다는 말도 없이
그는 늘
현실적인 문장만 남겼다.
미화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쉬고 있다는 말조차
괜히 짐이 될 것 같아서.
---
그날 밤,
미화는 깨달았다.
사랑에는
온도의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
속도의 차이도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차이는
어느 순간부터
노력으로 메워지지 않는
균열이 된다는 것을.
그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미화는
그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직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이 속도의 차이가
언젠가는
서로를 멀어지게 할 거라는 예감이
미화의 가슴을
조용히 눌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화는
그를 놓지 못했다.
사랑은
항상 빠른 사람의 속도로
기억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