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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l 15. 2021

심해로 가라앉아 버린 마음 (2)

엄마와 살겠다고 할 줄 알았던 두 아이의 배신, 그 속 마음

"엄마, 우리 같이 살면 안 돼? 나는 아빠랑도 살고 싶고, 엄마랑도 살고 싶어. 엄마 가지 마.... 가지 마... 아랑 같이 살자. 우리 같이 살자. 다 같이 같이 살자."  


"아야... 엄마는 아빠랑 살 수 없을 것 같아. 아빠랑 같이 있으면 숨이 잘 안 쉬어져...."


"엄마... 아는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살 수 없는 게 숨이 잘 안 쉬어져.... 그러니 아를 위해서 같이 살면 안 될까?"


내 품에 안겨 우는 8살 아이의 슬프게 뛰고 있는 '콩닥콩닥' 심장박동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어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온몸으로 전달되는 아이의 슬픔이 내 몸에 진동을 만들고, 나의 심장과 뇌를 뒤 흔들어 버렸다. 눈물은 소리가 되어, 터져 나왔다.


셋째, 넷째와 부둥켜안고 울다 이번에는 셋째에게 물었다. 의아했다.

나를 너무 좋아했던 셋째는 왜 아빠랑 살겠다고 하는 것인지. 무서운 치과도 엄마랑만 가겠다고 하고, 무엇을 해도 엄마랑만 하겠다는 아이가 왜... 왜 아빠랑 살겠다고 하는지.


"인아..  ㅇ인아..엄마는 인이 없으면 못살아. 엄마랑 같이 살자."

"싫... 어... 아빠랑 살래."

"왜? 왜? 왜?? 엄마는  없으면 못살아... "


오늘 낮에 아이들을 위해 보고 왔던 집이 떠올랐다. '그 집은 너희들이 없으면 의미 없는 집이야!!!! 그러니 엄마랑 살자!'


"엄마.. 는 아빠랑 살래. 아빠랑 살면, 엄마는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다섯 밤만 참으면 주말에 엄마가 보러 올 거잖아?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잖아. 근데, 엄마를 따라 가면, 아빠는 영영..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더 이상 아이들 붙잡고 실랑이를 할 수 없었다. 아이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아 차렸다.

어른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붙잡지 못했다. 아이의 눈물을, 아이의 마음을 들춰내며 그 안에 들어있는 슬픔과 배려와 두려움과 불안을,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겠다.


내 마음은 더 깊은 심해로 빨려 들 듯이 내려가버렸다.

아빠의 외로움을 헤아리고 있는 아이. 엄마는 어떻게 서든 살아갈 것 같지만, 아빠를 놓아버리면 아빠는 영영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두려운 아이의 마음..

한편으로는 엄마는 늘 옆에 있어 줄 것이라는, 함께 살지 않아도 자기 곁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그 배신에, 서운함과 슬픔과 안도와 한숨이 뒤 섞여

나는, 깊은 바닷속에 잠식되어 숨이 멎어 버린 것 같았다.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할까. 다음 스텝에 대해 생각이 멈춰버렸다. 머릿속이 까매졌다, 하얘졌다, 진공상태가 되었다가, 회색빛으로 변해버렸다.





[에필로그. 아빠없이 엄마와만 갔던 캠핑장]

다른 집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던 셋째의 보습이 유독 가슴이 아픕니다. 그저, 불멍을 하나보다..생각했습니다. 사실 불멍이라기엔 너무 쓸쓸해 보였지요. 12살 아이는 그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에 대해. '외로움'에 대해. '본인이 누구를 위로해주어야하는가'에 대해.


위로와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아이가

본인 슬픔과 눈물을 삼키고, 왜 어른을, 아빠를 품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제 마음의 생김세와 비슷하게 세팅된 아이의 마음을 보면서 저는 가슴이 찌릿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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