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같이 살면 안 돼? 나는 아빠랑도 살고 싶고, 엄마랑도 살고 싶어. 엄마 가지 마.... 가지 마... ㅇ아랑 같이 살자. 우리 같이 살자. 다 같이 같이 살자."
"ㅇ아야... 엄마는 아빠랑 살 수 없을 것 같아. 아빠랑 같이 있으면 숨이 잘 안 쉬어져...."
"엄마... ㅇ아는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살 수 없는 게 숨이 잘 안 쉬어져.... 그러니 ㅇ아를 위해서 같이 살면 안 될까?"
내 품에 안겨 우는 8살 아이의 슬프게 뛰고 있는 '콩닥콩닥' 심장박동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어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온몸으로 전달되는 아이의 슬픔이 내 몸에 진동을 만들고, 나의 심장과 뇌를 뒤 흔들어 버렸다. 눈물은 소리가 되어, 터져 나왔다.
셋째, 넷째와 부둥켜안고 울다 이번에는 셋째에게 물었다. 의아했다.
나를 너무 좋아했던 셋째는 왜 아빠랑 살겠다고 하는 것인지. 무서운 치과도 엄마랑만 가겠다고 하고, 무엇을 해도 엄마랑만 하겠다는 아이가 왜... 왜 아빠랑 살겠다고 하는지.
"ㅇ인아.. ㅇ인아..엄마는 ㅇ인이 없으면 못살아. 엄마랑 같이 살자."
"싫... 어... 아빠랑 살래."
"왜? 왜? 왜?? 엄마는 너 없으면 못살아... "
오늘 낮에 아이들을 위해 보고 왔던 집이 떠올랐다. '그 집은 너희들이 없으면 의미 없는 집이야!!!! 그러니 엄마랑 살자!'
"엄마.. 나는 아빠랑 살래. 아빠랑 살면, 엄마는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다섯 밤만 참으면 주말에 엄마가 나 보러 올 거잖아?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잖아. 근데, 엄마를 따라 가면, 아빠는 영영..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더 이상 아이들 붙잡고 실랑이를 할 수 없었다. 아이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아 차렸다.
어른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붙잡지 못했다. 아이의 눈물을, 아이의 마음을 들춰내며 그 안에 들어있는 슬픔과 배려와 두려움과 불안을,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겠다.
내 마음은 더 깊은 심해로 빨려 들 듯이 내려가버렸다.
아빠의 외로움을 헤아리고 있는 아이. 엄마는 어떻게 서든 살아갈 것 같지만, 아빠를 놓아버리면 아빠는 영영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두려운 아이의 마음..
한편으로는 엄마는 늘 옆에 있어 줄 것이라는, 함께 살지 않아도 자기 곁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그 배신에, 서운함과 슬픔과 안도와 한숨이 뒤 섞여
나는, 깊은 바닷속에 잠식되어 숨이 멎어 버린 것 같았다.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할까. 다음 스텝에 대해 생각이 멈춰버렸다. 머릿속이 까매졌다, 하얘졌다, 진공상태가 되었다가, 회색빛으로 변해버렸다.
[에필로그. 아빠없이 엄마와만 갔던 캠핑장]
다른 집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던 셋째의 보습이 유독 가슴이 아픕니다. 그저, 불멍을 하나보다..생각했습니다. 사실 불멍이라기엔 너무 쓸쓸해 보였지요. 12살 아이는 그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에 대해. '외로움'에 대해. '본인이 누구를 위로해주어야하는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