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장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됐다]

by 정선후 린스아저씨

1부 3장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안 하면 안 되는 것이 됐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일정이 먼저였고, 몸은 그다음이었다.
지금은 반대다.
몸을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그날의 판단이 믿기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운동을 안 한 날은 특별히 나쁜 일이 없어도 하루가 불안하다.
작은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사소한 말에 괜히 흔들린다.
반대로, 새벽에 땀을 조금 흘린 날은 큰일이 있어도 버틸 여지가 남아 있다.
문제의 크기는 같아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새벽 4시 알람이 울리면 몸은 늘 한 번쯤 묻는다.
“오늘은 그냥 쉴까?”
그 질문에 길게 답하지 않는다.
생각이 길어지면 몸은 다시 눕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트랙에 서 있으면
대개는 이미 절반은 이긴 상태다.

첫 1km는 늘 무겁다.
다리보다 생각이 더 무겁다.
어제의 말, 풀리지 않은 감정, 정리되지 않은 문제들이
호흡을 방해한다.
그런데 3km쯤 지나면
머릿속에서 어제의 말들이 조금씩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화를 냈던 이유, 서운했던 순간, 억울했던 상황이
숨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간다.

달리기를 멈추고 나면
문제는 그대로인데
나는 조금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나는 이제 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걸.

처음에는 달리기 실력이 느는 게 반가웠다.
숨이 덜 차고, 페이스가 조금씩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다.
기록이 주는 성취감은 분명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기록보다 중요한 게 생겼다.
운동을 하고 나면 말이 줄어들고, 생각이 정리됐다.
괜히 욱하는 순간이 줄었고,
결정을 미루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됐다.

그제야 깨달았다.
운동은 몸을 단련하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라는 걸.

마라톤을 42.195km 뛰는 건 어렵다.
하지만 더 어려운 건
집으로 돌아와 아무 일 없다는 듯
가장의 얼굴을 하고 앉는 일이다.
흔들린 채로는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 없다.

새벽에 함께 뛰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더 분명해졌다.
누구도 완벽해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은 각자의 삶을 끌고 나와
새벽 트랙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곳에는 잘 뛰는 사람도 있었고, 버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모두가 이 시간을 ‘선택’이 아니라 ‘필요’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 운동을 거르는 날은 핑계를 대지 않는다.
핑계를 댄다는 건 이미 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걸 안 하면 하루가 어떻게 무너질지.
나는 더 이상 운동을 삶의 보너스로 두지 않는다.
가족 다음, 일 다음에 남는 시간이 아니다.
이건 삶을 버티기 위한 기본값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움직인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서도 아니고,
더 빠르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제정신으로 살아내기 위해.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됐다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움직인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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