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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Jun 16. 2021

15_영알못 8살의 캐나다 3개월 차 영어 성장기

스스로 깨우쳐가는 기적

어느덧 캐나다 입성 3개월 차, 밴쿠버에서 맞는 첫가을이 되었고, 우리나라 가을에 질세라 밴쿠버의 단풍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워낙 나무가 많은 곳이고, 우리가 사는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단독주택들이 많은 곳은 숲 속에 집이 있는 듯했기에, 멀리 눈 덮인 산과 함께 나날이 단풍 색의 대비가 뚜렷해지는 조화를 보는 것은 그야말로 눈 호강이었다. 




정확히는 캐나다 온 지 두 달하고 보름 정도.. 만 3개월이 아직 되지 않았던 시점이다.


영어 한마디 할 줄 못하고, 자기 이름도 쓸 줄 모르고 겨우 알파벳만 떼고 온 아이 치고는 울 만수는 정말 적응 잘하며 잘 지내는 편이었다. 가끔 딸아이에게, 캐나다가 좋냐고 물어보면 항상 좋다고 답하곤 했다.


내가 “영어도 모르는데?” 하고 물으면, 

딸아이는 “배우면 되지” 그랬다.

엄마와 딸이 바뀐 대화 같다. ㅎㅎ 


가끔 영어 때문에 학교에서 서러운 일을 겪기도 하는 모양인데, 잘 견디고 극복하는 걸 보면 참 대견했다. 


 

왼쪽은 첫 ESL 수업에 읽은 책, 오른쪽은 두 달 보름 정도 되었을 때 읽은 책



사진 왼쪽은 9월 초 학교 시작하고 처음 ESL 수업에서 읽었던 책 두 권.. 오른쪽 사진은 두 달하고 보름 정도 된 시점에 읽은 책 두 권.. 감개무량하다. 글밥도 많아지고, 문장도 길어지고, 심지어 과거형도 나온다. 


영어를 처음 배웠던 그 옛날 나의 중학교 1학년이 떠오른다. 2학기 가서야 과거형을 배워서 그동안 여기저기서 많이 눈에 띄어 궁금했던  was가 be동사의 과거형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알았을 때의 그 환희가 문득 떠오른다. 왜 사전 찾아볼 생각은 안 했던 건지.. 그다지 공부에 열의가 있는 학생이 아니었다는 거지. ㅎㅎ 

 

일주일에 이런 책을 네 권 정도 읽었다. 같은 단어나 표현이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그다음 책들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게 되는데, 참 좋은 시스템 같다. 가끔 어렵다는 책도 있었지만, 어떤 책은 놀랍게도 전혀 누구의 도움 없이 딸아이 혼자 줄줄 읽을 때도 있었다. 


어느 주말 아침엔 딸아이가 먼저 깨더니,

"Wake up, mom!" 한다.


“No” 했더니, "Why?" 하면서 한다는 말..

"Say because I'm sleepy." (졸리기 때문이라고 말해) 

오~ 대박!!!


어느 날은 짝꿍이 자꾸 자기가 쓰는 걸 보려고 해서, "Don't look!"이라고 했단다. (캐나다 온 지 두 달밖에 안된 아이 거 보고 쓸게 뭐 있을까 ㅋㅋㅋ) 나한테 맞냐고 묻는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look이 본다는 말이고, Don't do that이 '하지 마' 그런 말이니까, 붙였단다. Wow!!!


이렇게 슬슬 영어문장의 원리를 스스로 깨쳐가는 모양이었다. 8살짜리가 이렇게 서서히 영어를 알아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과정이었다. 


알아보기 어려우나 열심히 그린 듯한 글자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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