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ka Jul 31. 2023

빨래방 휴식

소소한 자유시간

재밌게 놀아~


움직이는 그림 너무 재밌겠다 나도 보고 싶다~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큰 가방을 들고 내린다. 아쉬운 말투와 다른 내 입가의 실룩임을 들킬까 봐 얼른 돌아선다. 난 지금 빨래방에 가는 길이다.



한국에서 마지막 보름을 여행하며 다니기로 한 건 참 좋았는데 날이 더우니 빨래 공급이 처리 속도를 가뿐히 넘기 시작했다. 손빨래도 한계가 있지, 우리의 여행 테마는 워터파크 도장깨기였던지라 그런 날엔 각자의 가운 빨래까지 엄청났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빨래방에 가면 되잖아?


첨엔 아이에게 빨래방이 뭔지 보여주려고 데려갔는데 동전 넣고 돌아가는 순간이 지나니 지루해해서 결국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 그래서 이번엔 이 한 몸 희생(!)하여 부녀는 미디어아트전시관에 보내고 나는 우리가 입을 옷을 사수하기 위해 근처 빨래방에 왔다. 이번 빨래방은 안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좋아 보였는데 이 더위에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돌아간다. 아뿔싸! 여기 있다간 물떡이 될 것 같아 근처 카페를 검색해 걸어가는데 지도엔 없던 카페가 옆 건물에 있다. 유레카!


아이스라떼를 시키고 아무도 없는 창가에 앉아 오래간만에 글을 쓰고 있자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여행이 길어지니 혼자 있는 시간이 간절했는데 이렇게 딱 맞는 핑곗거리가 생겼다. 세탁 끝날 시간에 맞춰 후다닥 빨래방에 가서 건조기에 옷들을 옮기고 다시 카페로 와 삼십 분 타이머를 맞췄다. 남편에게 건조 끝날 시간을 알려주고 커피를 쪼르륵 마신다. 얏호 아직 자유시간이 삼십 분이나 남았다!

오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근데 왜 벌써 오려구 그러실까. 11시 반에 건조 완료 예정이라고 문자 보냈건만. 비싼 전시를 삼십 분 만에 보고 나오기 있기 없기?!


그냥 워터파크 또 가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르는 사람이 밥을 사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