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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Sep 23. 2023

아이가 학교에서 맞고 왔다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

엄마 오늘 M이 내 다리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여기를 막 찼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한국학교 친구가 집에 오기로 한 날이라 저녁까지 먹고 신나게 놀았는데 모두 간 뒤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일단 아프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너무 속상했겠다 하고 꼭 안아주었다. 발로 채인 곳들을 짚을 땐 육성으로 열받음이 튀어나올 뻔 했으나 내 아이를 위해 참았다. PE 시간에 다 같이 선생님이 알려준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M이 발로 찼다고 한다.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도 정강이, 발목, 허벅지, 엉덩이 등을 여러 차례 찼고, 우리 아이는 결국 울었다고 한다. 울음소리를 듣고 PE 선생님이 와서 상황파악을 하고 M에게 사과하라고 했는데 웃으면서 sorry라고 했단다. PE 선생님은 꼬꼬에게 오늘 일은 잊어버리라고, 그래야 남은 시간을 즐겁게 놀 수 있다고 말하고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M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셨다고 한다.


너는 싫다는 의사표현을 잘했고, 이제 엄마 아빠가 선생님과 상의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겠다 말해주었다. 작년 리세스 때 사건처럼 펑펑 울며 무서워서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상황을 목격한 아이들이 꼬꼬를 안아주고 위로해 준 모양이고 아이도 이런 상황으로 인한 감정을 다스릴 정도로 자란 것 같다. 다만 M이 왜 자기한테만 못되게 구냐고 물었다. 나쁜 애라 그렇다고 말해버리고 싶으나 그러면 안 될 일이니 교양인 버전으로 답했다. 어린이들은 이 사회의 규칙을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데 배우는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M도 곧 배울 거라고. M은 지난주에도 꼬꼬 발을 일부러 밟은 전력이 있다. 꼬꼬가 아프니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밟아서 옆에 있던 담임선생님이 M에게 하지 말라고(다행히) 했고 그제야 발을 뗐다고 한다. 그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일주일 만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유감스럽게도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에 대해 건조하게 설명하고 우리는 미국 학교 시스템을 잘 모르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이드를 받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 아이의 행동이 점점 거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데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안전하다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여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답변


다음 날 오후 담임 선생님께 답변을 받았다. 우리 아이와 이야기를 했고 배운 대로 잘 대처했다고 칭찬해주었다고 한다. M에 대해서는 교장 및 교감선생님에게 알렸다는 걸 보니 아마도 이후에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는 절차가 있는 것 같다. 아이를 데리러 가서 잠깐 선생님과 얘기했는데 교장 선생님께 바로 연락하지 않고 본인에게 먼저 연락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여기 사람들은 이런 문제는 교장 선생님에게 바로 공론화시키는 분위기인가 싶다.


다행히 하교하는 아이의 얼굴은 밝았고, 집에 오는 길에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놀고 저녁도 잘 먹고 재잘재잘 거리다 잠들었다. 한참의 재잘거림 속에 그날의 일에 대한 반추는 없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아이도 이렇게 지내다 잊어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 표지사진 : 사진: UnsplashTungsten Ri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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