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려면 30분 걸어야 하지만...
"엄마 놀이터 가요 놀이터"
"지금은 아침이라 놀이터 이슬 맺혀서 축축해. 낮에 가자."
"음... 그럼 내가 노래를 불러야겠다. 비야 비야 오지 마 다음에 다시 오렴 나는 놀이터 가고 싶어 비야 비야 오지 마"
비 와서 축축한 거 아닌데 일단 축축하다니까 아이는 창가로 가서 가르쳐준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여 일찍 집을 나섰다.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따뜻하니까 조금 멀리까지 걸어볼까. 헉헉 유모차를 밀며 언덕에 오르니 시계가 트여서 멀리 눈 덮인 산도 보인다. 새파란 하늘도.
한국은 미세먼지 계속되어 난리라는데 자연 하나는 미국생활의 장점이로구나.
이 곳의 하늘은 아주 가까이 있다.
파랗기도 하거니와 구름이 크고 하늘 가득해서 더 그런 것 같다. 물론 고산(!)지대라서 그렇겠지만.
동네 언덕을 내려가다 구름과 눈높이가 맞을 때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 곳에서의 생활이 여전히 여행 온 것처럼 낯설고, 어쩌면 곧 깰 꿈인 것도 같다. 그다지 신나는 여행도, 늘 즐거운 꿈도 아니다. 단단한 구름처럼 보여 한 걸음 걸었더니 발이 쏙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마냥 바쁘다.
이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이는 걸으며 만나는 모든 것들에 인사를 하고 까르르 웃고, 토끼라도 나타나면 신나서 "토끼야~ 어딨니~"를 외치며 뛰어다닌다.
나도 덩달아 아이를 쫓다 웃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