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너네 아빠
결혼이 싫었던 사람과 자식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이 가정을 이뤘다. 자식이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부모의 한 발을 모아 억지로 묶어두는 족쇄 같다고 생각하고, 혹시라도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면 키울 자신이 없으니 낳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우리의 생각은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어 오랜 시간 2인 가족 형태를 유지했다.
그리 늦지 않은 나이에 계획을 바꿨지만 꽤 늦은 나이에 부모가 되었다. 아이가 어려서인지 우리는 고맙게도 나이를 잊고 산다. 아이가 너무 예뻐서 남편과 반드시(!) 백년해로하고 싶어 지고,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남편은 아이만 보면 웃는 바보가 되었다.
남편이 아이와 노는 모습을 보면 생각보다 더 자상한 면모에 놀라고, 참 지극정성이다 싶어 짠하다. 저 사람이 애는 싫다던 그 인간이 맞나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피식 웃음이 난다. 이런 시간들이 쌓여 아이와 우리를 더 끈끈하게 이어 주겠지. 자신이 부모 인생의 걸림돌이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겠지. 누구에게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받을 줄 안다니까. 생각하다 보니 정말 그럴 것 같아 혼자 속으로 안심하게 된다.
우리가 가진 어떤 결핍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부족한 부모라도 온전히 신뢰하며 안겨 오고 우리는 이 아이를 오롯이 품어줄 수 있으니까 그걸로 좋다 싶다. 나도 아이를 따라 느리지만 자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