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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Mar 04. 2021

한국에 돈을 보내니 기분이 좋다

알 수 없는 이 내 마음

한국으로 돈을 보내려면 거래은행에서 해외송금을 하는 게 좋을까 송금앱으로 보내는 게 좋을까 정보를 찾아봐야지. 나도 모르게 약간 들뜬 기분으로 검색을 했다. 소액은 은행보다는 송금앱이 수수료도 낮고 편리해서 그걸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바로 돈을 보냈다. 첫 거래는 인증이 필요해서 시간이 좀 걸렸으나 그것도 전혀 짜증 나지 않고, 한국에 있는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온 순간 기분이 어찌... 그렇게 좋을 일인가?


미국에 올 때 가진 돈의 일부는 달러 계좌에 넣고 일부는 예금으로 묶어두고 몇 천 달러만 들고 비행기를 탔다. 신용점수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를 전액 현금으로 구입하려고 한국 달러 계좌에 있던 돈을 일부 미국으로 보냈다. 그런데 내 기분이 왜 그럴까, 뭔가 내 돈이 없어진 것 같아 아까웠다. 미국에서 쓰는 돈은 내 돈이 아니고 마치 브루마블의 가짜 돈처럼 느껴지는 기분을 알까. 그래서 여기로 돈이 넘어오면 다 없어질 것만 같았다. 평생 '원'만 쓰다가 '달러'는 처음이라 그 규모나 무게가 와 닿지 않았고, 그저 한국에 있는 계좌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만 눈에 보였다.


미국에 집을 사려고 한국에 묶어둔 예금을 깨서 다운페이 금액을 가져왔을 땐 정말 마음이 복잡했다. 너어어어무 내키지 않아서 돈을 가져오려고 알아보는 과정도 울화가 났고, 환율이 안 좋은 건 막 울분이 치밀었다. 한국에 이젠 가벼운 통장만 남으니 빈털터리가 된 느낌이었고, 미국에 집이 생긴 건데 그건 내 집 같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왜 그랬나 생각해 보니, 자산이 미국으로 옮겨 와서 내가 여기 아주 단단히 묶이는 기분이 싫었던 것 같다. 내 삶의 축이 이 곳으로 기우는 게,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모든 행위가 싫었던 거다. 돈은 그저 우리가 필요에 따라 옮기는 것뿐인데 말이다.

괜스레 부자 된 듯한 이 마음


한국에 고정지출이 있는데 한국 통장의 예비금이 0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정기송금을 시작한다. 어쩔 수 없지만 아주 기꺼운 마음이다. 달러를 원화로 보내기엔 요즘 환율이 좋지 않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울분이 치솟던 어느 때와는 다르게. 둘 다 내 계좌인데 한국 계좌에 찍히는 숫자가 더 예쁘다. 몰라, 내 마음이 그런 걸 어째.








뜬금없지만 기분 좋으니까 하늘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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