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ka Feb 28. 2021

한국행 편도 비행기표를 끊고 싶다

언젠간 그날이 오겠죠

미국 와서 사귄 친한 친구네 가족이 오늘 한국으로 떠났다. 며칠 전 마지막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어린이들 마지막으로 같이 사진 찍자!" 했더니 친구가 왈칵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난 사진 찍느라고 제대로 다독이지도 못했던 터라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공항으로 배웅을 나갔다. 가는 어린이들은 신이 나 있고 보내는 어린이는 아직 헤어짐을 잘 몰라서 어리둥절. 난 이미 며칠 전 마지막 플레이데이트라고 일기에 적으며 감정도 그곳에 남기고 와서, 목멘 목소리는 다행히 막을 수 있었다. 코로나 시절이라 마스크가 가려주기도 했고.

나도 체크인하고 싶다


좋은 일이니까 웃으며 축하하며 보냈는데 돌아서는 내 마음이 조금 깔깔하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떠났다는 게 아직 실감 나지 않기도 하고, 왜 나는 여기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나 싶어서. 떠날 사람은, 아니 돌아갈 사람은 난데. 여기서 사는 게 못 견딜 만큼은 아니지만 흔쾌한 것도 아니라서 자꾸 귀국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우리도 안 돌아갈 건 아니니까. 이제부턴 미국에 주재원 나왔다는 마음으로 끝을 잡고 살아갈 것이다.

 

이 시국에 공항 주차장은 왜 붐빌까요


내가 사는 시간에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간다. 여기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이 원래도 많지 않은데, COVID-19가 시작된 후로는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만 생긴다. 이젠 내가 아침에 뭔가 재밌는 일이 있을 때 바로 얘기하고 깔깔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없다. 늦은 오후에, 아까 이런 일이 있었어, 라고 5도 정도는 낮은 온도로 얘기할 수 있겠지. 속상한 건 50프로는 정리된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을 테니 그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12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친구가 한국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기다리던 소식을 들었으니 나도 그만 잠을 청해야겠다.




다시 볼 수 없는 네 살 시절의 우정


매거진의 이전글 일단 내리면 폭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