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서 사귄 친한 친구네 가족이 오늘 한국으로 떠났다. 며칠 전 마지막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어린이들 마지막으로 같이 사진 찍자!" 했더니 친구가 왈칵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난 사진 찍느라고 제대로 다독이지도 못했던 터라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공항으로 배웅을 나갔다. 가는 어린이들은 신이 나 있고 보내는 어린이는 아직 헤어짐을 잘 몰라서 어리둥절. 난 이미 며칠 전 마지막 플레이데이트라고 일기에 적으며 감정도 그곳에 남기고 와서, 목멘 목소리는 다행히 막을 수 있었다. 코로나 시절이라 마스크가 가려주기도 했고.
나도 체크인하고 싶다
좋은 일이니까 웃으며 축하하며 보냈는데 돌아서는 내 마음이 조금 깔깔하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떠났다는 게 아직 실감 나지 않기도 하고, 왜 나는 여기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나 싶어서. 떠날 사람은, 아니 돌아갈 사람은 난데. 여기서 사는 게 못 견딜 만큼은 아니지만 흔쾌한 것도 아니라서 자꾸 귀국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우리도 안 돌아갈 건 아니니까. 이제부턴 미국에 주재원 나왔다는 마음으로 끝을 잡고 살아갈 것이다.
이 시국에 공항 주차장은 왜 붐빌까요
내가 사는 시간에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간다. 여기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이 원래도 많지 않은데, COVID-19가 시작된 후로는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만 생긴다. 이젠 내가 아침에 뭔가 재밌는 일이 있을 때 바로 얘기하고 깔깔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없다. 늦은 오후에, 아까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5도 정도는 낮은 온도로 얘기할 수 있겠지. 속상한 건 50프로는 정리된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을 테니 그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12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친구가 한국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기다리던 소식을 들었으니 나도 그만 잠을 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