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만 해도 68(화씨)로 맞춰놓은 히터가 자주 가동됐는데 이번 주엔 조용하다. 우중충하던 날씨도 점점 사라지고 거실에 햇빛이 쨍하고 비친다. 4월에 시애틀에서 이런 날씨 보는 게 흔한 일은 아니므로 열심히 즐겨주어야 한다. 주방에 두었던 벤치를 꺼내 다시 포치에 두고, 문에서 벤치까지 가는 길을 나무판을 연결해 내준다. 겨우내 비바람에 너무 울어서 넣어둔 풍경도 다시 꺼내 예쁘게 걸어본다. 봄이 왔다.
우리 동네 꽃구경
놀이터만 가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인데 뭘 할까? 아이가 지난 크리스마스에 짱이모에게 선물 받고 애지중지하는 어린이 카메라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같이 꽃 찍으러 갈래? 좋아! 아이가 흔쾌히 따라나선다. 야무지게 옷을 챙겨 입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가는 모습에 갑자기 눈가가 시큰하다. 언제 이렇게 컸지?
엄마, 여긴 다 분홍색 꽃이야 왜 그럴까? 왜 이 꽃은 바닥에 떨어졌어? 엄마, 하늘이 바다 같다 너무 예쁘지? 노란 꽃은 없어? 난 노란 꽃이 좋은데. 엄마, 내가 왜 사진 찍는 줄 알아? 너무 예뻐서. 엄마, 내가 나무 아래 서 있을 테니까 사진 찍어줘 아빠 보여줄 거야.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내가 맞으러 나온 게 봄인지 질문세례인지 헷갈릴 때쯤 집에 간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