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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May 18. 2021

결국 쓰는 백신 후기

나 떨고 있니

5월 17일 P.M. 2:30

Pfizer 백신 1차 접종 후 2시간이 지났다. 친구가 한국에서는 '선삼후타'라며 삼겹살을 먹고 가라고 하여 일단 어제 삼겹살을 먹긴 했다. 아직 아무 증상이 없어 타이레놀을 먹진 않았으나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눈에 띄는 곳에 두었다.


5월 17일 P. M. 7:30

발열 증상은 없는데 접종한 팔의 뻐근함과 약간의 두통이 있어서 타이레놀을 하나 복용했다.


https://www.vaccines.gov/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7월부터는 출근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출근을 하라고 하니 백신을 맞아야겠지. 남편이 맞게 되니 나도 맞을 수밖에. 운명공동체니까!


2주 전에 먼저 Pfizer를 맞은 남편은 3일 정도 약한 증상이 있었다. 접종 당일 밤에 끙끙 앓느라 잠을 좀 설치는 것 같았고, 접종한 팔의 근육통이 3일 정도 지속됐다. 타이레놀은 3회 복용했다.


치과치료도 마쳤으니 나도 이제 백신을 맞으려고 VaccineFinder에서 조회해봤다. Zip code를 넣고 조회하면 접종 가능한 곳의 목록이 뜨는데 집에서 가까운 마트 약국은 자리가 하나도 없다. 며칠 동안 사이트를 기웃거리다 17일 12시 한 자리(누군가 취소한 걸로 보이는)비었다고 나오길래 냉큼 잡았다.

consent form을 작성해서 가야 함


예약 확인 이메일에 미리 작성해 오라는 문서(consent form)가 있어서 그걸 들고 약국에 갔더니 나와 같은 시간대에 예약한 사람들이 접수를 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12세 이상도 Pfizer 백신 승인이 났다고 하더니만 중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살짝 놀라서 중학생 자녀가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미 학교에서 단체접종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부터 접종률이 떨어지고 있다던데 10대 아이들의 접종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주사를 맞고 15분 대기하라고 했는데 다들 그냥 가고 나만 홀로 남아 기다렸다. 15분이 지났는데 약사도 나타나지 않아 뭐야뭐야 나 왜 기다렸어 하며 나왔다. 이 나이에도 버려지지 않는 원칙주의 ^^;

백신접종증명도 아날로그 / 백신 맞으면 마스크 안 써도 된다고 바뀐 지침


급하게 개발되어 후유증이 명확하지 않은 백신을 맞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이도 어린데 내가 백신 맞고 불운으로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이다. 바깥사람이 맞으니까 나도 맞아야지 하고 생각의 흐름이 조금 바뀐 것도 있지만, 내가 백신을 맞고 이 유례없는 전염병을 종식시키는 데 일조하여 아이에게 일상을 돌려줄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진짜 이 지긋지긋한 COVID-19와 깨끗이 이별하고 싶다. 벌써 21년 5월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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