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ka Feb 09. 2022

남편의 치과 수술

미국에서 이런 거 안 받고 싶었는데

아침에 프리스쿨 도시락을 싸고 있는데 입이 툭 튀어나온 남자가 식탁에 앉는다. 순간 "당신 누구야!" 소리칠 뻔했는데 어제 수술하고 온 남편이다. 입이 부으면 사람 인상이 정말 달라진다는 걸 눈앞에서 경험 중이다. 그래도 볼 건 얼굴뿐인(?) 남잔데 이게 무슨 일이고.


이주 전 주말에 남편이 앞니 감각이 좀 이상하다고 했다. 그 치아는 8년 전 한국에서 뿌리에 금이 가 있어서 5년 정도면 수명이 다 할 거라고 판정받은 윗앞니였다. 당시에 염증을 긁어내는 치료만 받았는데 미국 와서 17년도에 염증이 다시 생겼다. 한인 치과도 모를 때라서 아무 미국 치과에 가서 같은 치료를 받고, 전문의(Root Canal Specialist, Endodontist)를 연결해줘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뿌리에 금 간 거 없다는 답만 들었다. 18년도에 한국 치과에 갔을 땐 뿌리에 금이 그대로라고 들었고(도대체 누가 맞는 거니), 19년도에 미국에서 한인 치과에 갔을 때 확실히 금이 가 있으며 신경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곳에서 신경치료를 받고 몇 년이 지났는데 다시 아프다 하고 잇몸색도 너무 붉어서 병원에 가야 하는 건가 싶어 치과 주치의에게 문자로 물어보았다. 잇몸 사진을 요청해서 보냈더니 전문의에게 연락해둘 테니 거기로 바로 가라고 하셨다.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 뿌리에 염증이 재발하는 경우는 약 5%라고 한다. 남편은 이 케이스에 당첨되었고 당장 수술 날짜를 잡게 됐다. 잇몸을 째고 염증 제거하고 꼬매기까지 필요한 그런 수술을 말이다. 치아 교정하느라 발치 및 잇몸에 나사 박기 등을 해본 경험자로서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은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더니 어제 아침 7시 반쯤 병원에 가서 9시 반에 돌아왔는데 아이스팩 달라는 말만 겨우 하고 침대에 누워 끙끙 앓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앓으면서 진통제 세 종류를 교차 복용했는데 Aleve만이 그의 고통을 잠재워주었다.


남편 주문식(트레이더조 채소튀김 맛있답니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내려왔더니 너무 배고프다고 윗입술이 약간 두꺼워진 남편이 울상을 지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픈 거 처음인 거 같다더니 통증이 사라진 자리에 허기가 줄 섰나 보다. 두부부침과 삶은 달걀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아 채소튀김을 해줬더니 잘 벌어지지도 않는 입으로 한 접시를 해치운다. 이제 좀 괜찮아진 듯해서 다행이다 하며 자고 일어났는데 아이가 내려와서, "엄마, 아빠 입이 엄청 커졌어. 어떡해!"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뒤따라온 그를 보니 입 전체가 부어 광대 쪽까지 빵빵해져 있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웃긴 얼굴이 된 것이야! 그런데도 먹고 싶은 건 떡볶이와 채소튀김과 커피인 반백살 내 남편. 통증은 없다고 하니 주문식을 잘 챙겨드리는 수밖에.


수술 후 주의사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