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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Jan 28. 2022

생일 즈음에 쓰는 미국 출산기

산후조리원 나도 가고 싶었다

프리스쿨에서 생일 축하할 때 쓴다며 아이의 나이별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오랜만에 옛날 사진을 휘뚜루마뚜루 뒤적여보았다. 맞아 이럴 때도 있었지, 이건 언제지? 와 너무 아기였네. 추억에 젖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넘기다가 막 태어난 아이의 사진을 보고 떠올라버렸다.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진통하며 아이를 기다리던 그 쓸쓸했던 시간들이 말이다.


한국에서 다니던 난임 병원과 산부인과 선생님들은 아이를 낳고 미국에 가는 건 어떻겠냐고 몇 번 권했다. 하혈도 진행 중이고 근종도 아이와 함께 커지고 있어서 안전하게 한국에서 낳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럼에도 마음이 그렇게 기울지 않았던 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이라 그랬다. 부모님은 날 걱정하시긴 하지만 도와주는 방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 내 임신 중의 문제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지도 않았다. 괜히 근심거리만 안겨드리는 거 같아서. 미국에 산모도우미도 예약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떠나왔다.


다행히 미국에 와서는 문제없이 임신 후반기를 맞았고 예정일을 지나 드디어 그날이 왔다. 새벽 두 시부터 아파서 오전 10시 반에 병원에 갔더니 입원 허락이 나서 분만실로 갔다. 간호사가 화이트보드에 내 정보를 적다가 "Happy Birthday!"를 외치며 아이와 엄마가 생일이 같겠다고 축하해줬다. 맞아 오늘 나 생일이네, 진짜 나랑 생일이 같은 아이가 태어나는 거야? 뭔가 특별한 기분이었다.


그날의 기록을 보니 에피듀럴 맞고 진행이 느려서 수축강화제도 맞고, 고열 나서 해열제 먹었다고 쓰여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에피듀럴 맞고 순식간에 통증이 사라져 기뻤던 것, 통증과 다리 감각은 없지만 온 몸이 계속 떨렸던 것, 애는 괜찮을까, 남편 배고프겠다, 선생님 얼굴 점점 초췌해지네, 아 이렇게까지 애가 안 나오면 그냥 수술해주면 안 되나 했던 마음들이다.


아이는 다음날 새벽 5시 38분에 태어났다. 남편은 내가 보지 못한 그 기적 같은 순간을 두고두고 얘기하곤 한다. 난 그 찰나에 기절을 한 건지 그 잠깐은 기억나지 않고, 눈도 못 뜬 아이가 내 품에 안겼을 때 "안녕, 엄마야" 하고 울음이 터진 기억만 난다. 왜 울었을까. 당연히 사랑스러운 아이가 무사히 내게 왔으니 고맙고 또 고마워서이기도 하지만, 이 외로운 미국 생활을 같이 할 친구가 생겨서 조금은 안도하는 마음이 섞였던 것 같기도 하다.


미국 병원 산모식


미국은 신생아실이 따로 없고 대부분 모자동실이다. 내가 출산한 병원은 아이와 내 팔목에 팔찌가 채워져 있어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경보가 울리게 되어 있었다. 아이와 함께 회복실에 가서 모유수유를 시도하는데 애가 계속 우는 걸 보니 뭔가 잘 안 나오는 것 같았다. 분유를 주면 좋겠는데 병원에선 괜찮다며 이틀 뒤로 모유수유 컨설팅을 잡아주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수유 시도를 하라고 하니 잠들기도 어렵고, 배는 고픈데 피자를 먹으려니 입이 깔깔하고, 그 와중에 IV주사가 빠져서 진통제를 일찍 빼버렸더니 통증이 몰려와 내 회복은 어느 구석에서 찾아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출산 후 30시간 만에 집에 와서 애를 보다가 다음날 아이 검진받으러 외출하고, 모유 컨설팅받으러 계속 외출하고 그래도 어찌어찌 인체의 신비를 빌어 회복이 되긴 된다.


남편은 미국식 출산문화 찬양론자다. 한국의 산후조리원은 산모를 편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아빠의 자리를 박탈하는 문화라고 (엄마들에게 공격받기 딱 좋은) 말을 하곤 한다. 태어날 때부터 한시도 빠짐없이 아이를 돌봤기 때문에 더 끈끈한 애정과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원래 딸바보라 그런 거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의 말도 틀린 건 아니기에 입을 다문다. 남편, 그래도 난 한국에서 낳았다면 산후조리원 갔을 거 같다. 맛있는 음식과 마사지, 나도 받고 싶다구우~!


집에 가려고 카시트에 앉아 있는 인생 2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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