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는 아직까지 실내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실외 마스크 착용 권고는 2월에 풀렸고, 이제 실내 마스크 규제도 해제를 앞두고 있다. 의료기관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써야 하지만 그 외에는 자율이므로 사실상 완전 해제에 가깝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WaStateGov/
1월에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엄청나게 치솟을 땐 좀 무섭긴 했다. 12월부터 코비드 테스트 예약이 어려웠는데 1월엔 거의 예약 불가였고, 아이의 프리스쿨에도 반마다 확진자가 나와서 번갈아가며 문을 닫았다. 자가진단키트는 두 개 갖고 있었는데 혹시나 더 필요할까 싶어 주문했더니 재고가 없다며 계속 취소됐다. 그러다 1월 19일에 나라에서 4개, 21일에 워싱턴주에서 5개를 보내줘서한시름 덜었다.
요즘은 정점을 찍고 많이 수그러진 상태라 별다른 불안감 없이 마스크만 착용하면서 지내는 중인데, 당장 며칠 뒤 마스크를 다 벗어도 된다고 하니 슬금슬금 걱정이 올라온다. 사실 가장 걱정은 프리스쿨에 다니는 만 5세 어린이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타인을 만나 사회생활하는 분이신데 무방비로 노출될까 봐. 다행히 프리스쿨에서 내 걱정을 눈치챘는지 5월 초까지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겠다고 오늘 이메일을 보내줘서 한시름 놓긴 했다.
마스크를 벗는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부르게 될까. 사실 회사들은 재택근무로 많이 굳어가고 있어서 별 영향이 없을 것 같고 학교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인데,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 붓는 일이 되진 않을지 조금 우려가 된다. 하지만 내가 아이라면 마스크 벗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릴 것 같긴 하다. 맘껏 소리치고 뛰어다녀도 불편하지 않고, 친구의 표정을 보며 대화할 수 있으며, 마스크를 잊고 나와도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런 날을 말이다. 일기장엔 온통 마스크 쓴 사람들을 그리고, 2019년 사진을 보며 마스크 안 쓰고 도서관 가도 되냐고 묻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시리다. 다섯 살 인생의 반을 마스크와 함께 살다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한국은 지금 오미크론 변이 확산 정점에 다다른 거 같다. 먼저 거쳐간 미국을 보면 비슷하게 확산세는 곧 꺾일 테지만 부디 모두 무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