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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Mar 09. 2022

난 무알콜 맥주를 마셔

나름 맛있다구~

10년 전 한국에서 무알콜 맥주를 처음 마셨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돈 내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건가, 술을 안 먹고 말지 무알콜 맥주는 안 되겠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무알콜 맥주를 즐겨마시는 중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음주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쓴 술은 싫어서 맥주나 스파클링 와인(빌라엠 아시나요) 정도를 가끔 마셨는데 그나마도 임신과 수유기간에는 끊고 지냈다. 단유 후 내게 있던 제약이 사라지자 맥주를 한 병씩 마시기 시작했다. 아이를 재우고 작은 컵라면 또는 과자와 맥주 한 병을 마시는 시간이 그럭저럭 좋았다. 하루를 잘 마친 나에게 주는 일종의 guilty pleasure.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평일에는 거의 매일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 수거해가는 재활용 통에 맥주병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내게 기쁨은 남지 않고 죄책감만 남게 된 것이다. 이제 끊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코로나가 터져서 락다운에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마시지 않게 됐다.


한번 먹고 안 사는 무알콜 맥주들 (출처: totalwine.com)


아이를 재운 뒤 혼술 하며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는 그 시간이 그래도 나에겐 즐거움이었는데 이렇게 다 뺏기는 건가 싶었다. 생각해보니 술을 마신다는 죄책감만 없애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잊고 있던 무알콜 맥주의 존재를 기억해내고 마셔보기로 했다. 처음 마신 건 Suntory 제품이었는데 이건 정말 무알콜 맥주 첫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맛이었다. 그 뒤로 루트 비어 종류를 마셔봤는데 파스를 탄산수에 타서 먹는 맛이 났다. 일반 마트에서 찾는 건 안 되겠다 싶어 와인전문점에서 평점이 괜찮은 것들을 하나씩 사서 먹어보고 내 취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기존 맥주 브랜드에서 무알콜 버전을 내놓기도 하는데 맛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고, 아예 무알콜 맥주만 판매하는 브랜드면 맛에 자신 있을 것 같은데 나의 입맛엔 대부분 안 맞았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는 Singha와 Weihenstephaner. 무알콜 맥주도 그런 느낌을 기대하며 찾았는데 가장 가까운 건 Bitbuger와 Clausthaler Hopped 였다. 무알콜 Weihenstephaner은 엄청 기대했는데 일반 버전과 완전 다른 맛이라 좀 실망했다. 일반 Heineken 및 Coors는 내겐 좀 밍밍했는데 무알콜 버전은 괜찮았다. Hoppy Refresher는 맥주 향이 살짝 나는 진한 탄산수 느낌이라 과자와 잘 어울린다.


주로 마시는 무알콜 맥주들 (출처: totalwine.com)


몇 개월의 테스트 기간을 지나 이제는 대여섯 종류에 정착한 상태다. 무알콜이라고 일반 맥주보다 싼 건 아니라서 가격은 부담이 있지만 내 마음에 부담이 없으니 좋다. 뭔가 마시고는 싶은데 음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알콜 맥주를 드셔 보시길. 괜찮은 친구들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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