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이야"를 백 번은 외치게 될 것이다
24시간 에어컨 돌려야 돼!
온몸이 물 먹어서 난방 켜고 에어컨도 켜!
집에 습기제거제 백 개도 넘게 놔뒀어!
6월에 친구들이 한국 너무 덥고 습하다고 하길래 한국이 더워봤자 방콕보다 덥겠어? 하는 마음이 한편 있었다. 더 덥다, 체감은 방콕보다 더 더워. 방콕에선 더울만하면 쇼핑몰 들어가서 바로 식혔는데, 한국은 냉방온도 제한이 있어서 어딜 들어가도 별로 시원하지 않았다. 땀으로 티셔츠가 젖으면 얼마나 무거운지도 굳이 깨닫고, 어차피 옮기는 걸음마다 땀인데 매번 씻을 필요 있을까 자꾸 고민이 됐다. 기온이 30도가 넘지 않는 날엔 주로 폭우가 내렸다. 덕분에 미국선 무용지물이던 우산을 거의 매일 사용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쓰고, 뜨거우면 뜨거워서 쓰고. 한국 여름, 내가 육 년 만이라 다 잊었던 건가 아니면 올해가 유별난 건가?
아이는 친구/언니/이모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다 같이 폭염에 워터파크 가고, 비 맞으며 수영하고, 공연도 관람하고, 직업체험관도 가고, 키즈카페도 가고, 놀이동산도 가고, 과학박물관도 가고, 또 여행도 갔다. 친구와 재잘재잘 정답게 놀다가 가끔은 다투고 다시 화해하는 평범한 날들을 보냈다. 소소하지만 미국에선 갖지 못했던, 아이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시간들이었다.
아이가 또 좋아했던 건 도서관이었다. 미국에서도 도서관 다니는 걸 즐겨하는데, 한국 도서관에는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잔뜩 있으니 일단 들어가면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특히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에는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계셔서 아이가 더 좋아했다.
그리고 아이와 나는 미국에선 할 수 없었던 일을 맘껏 했다. 둘이 손잡고 버스 타고 도서관 가기, 지하철 타고 미술관 가기, 걸어서 식당 가기, 환승할 버스 기다리면서 문구점 구경하기, 집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 먹기, 할머니네 놀러 가기 등등. 이동의 자유가 있고, 갈 곳이 있다는 건 이토록 즐거운 일이었던 거다.
개인적으로는 알레르기 비염이 사라진 걸 순위에 두고 싶다. 독일에서 휴가 온 지인과 일정이 맞아 만났는데 그도 독일에선 심한 알레르기로 고생하다가 한국만 들어오면 사라진다고 해서 같이 물개 박수를 쳤다. 우린 한국 체질이야.
이번 한국 방문은 한 달 일정이었는데 남편은 휴가 일수가 모자라 2주는 한국에서 근무를 해야 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네 곳을 예약했는데 몇 가지 배운 게 있다. 교통이 좋은 숙소는 숙소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고, 호스트가 깐깐하게 숙소를 챙긴다고 해서 꼭 숙소가 깨끗하고 좋으리란 법은 없으며, 여름에 갈 땐 방마다 에어컨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습기도 있다면 더 좋다.
만약 아침을 차려주는 숙소가 있다면 그곳은 찐이다. 꼭 잡아야 한다.
입국 전 코비드 검사 결과가 필요해서 월그린 NAAT를 받았는데 7월부터 검사비가 청구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콧물 증상이 있다고 표시하고 검사를 받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실제 비용이 청구되지는 않았다. 입국 후 한국에서 받은 코비드 검사는 코만 찌르고 다행히 목구멍을 찌르지는 않아서 괜찮았다.
서울에 이 주 정도 머무르면서 우리는 진짜 서울에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더더욱 확고해졌다. 서울의 교통체증과 소음과 인구밀도를 감당하기엔 우린 이미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생활이 익숙해져 버렸다.
코로나의 여파인지 한국은 본인 인증된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음식점 줄 서기도 어려운 나라가 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사용 중인 요금제가 해외 로밍도 무료여서 남편은 그냥 로밍을 했는데, 어디 외출이라도 하려면 한국 번호가 있는 나와 대부분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쇼핑은 당연히 안 되고, 키즈카페 대기줄 서기도 안 되고, 워터파크 모바일 코인도 안 되고, 푸드코트 키오스크 주문도 안 되니 말이다. 여행 온 외국인들은 불편한 일들이 많을 것 같다.
미국에선 우리가 제일 마스크를 잘 썼는데 한국에 왔더니 우리가 제일 안 쓰는 사람들이 됐다. 이런 날씨에 바깥에서도 열심히 마스크 쓰는 한국 사람들의 인내심에 감탄하며 건물 밖을 나서면 벗어젖혔다. 미국에 돌아왔더니 공항부터 마스크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제 미국은 코로나가 없던 시절로 거의 돌아갔다.
여름에 한국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2월에 스카이패스 신용카드를 발급(다음 한국행은 마일리지로 가겠다는 집념)받은 다음, 3월에 대한항공으로 어른 두 명과 소아 한 명의 항공권을 약 $4,550에 구매했다. 5월에 출발 비행기를 변경하면서 차액으로 $684를 더 결제했으니 총 5,234달러.
에어비앤비는 집을 골라두고 예약을 미루고 있었더니 가격이 조금씩 계속 오르는 게 보여서 6월 초에 급히 예약을 마무리했다. 총 27박 이용에 약 3,110달러.
렌터카는 120만 원을 냈는데 앞 범퍼가 돌에 부딪친 일이 있어서 반납할 때 55만 원을 추가로 냈다. 중형차 31일 대여에 총 175만 원.
3인 가족의 한국 방문 기본 비용이 이 정도고, 방문 기간에 사용하는 생활비를 합치면... 계산은 여기까지!
시택 공항에 국제선 청사가 오픈했습니다. 전과 달리 짐을 먼저 찾고 입국심사를 받게 됩니다. 글로벌 엔트리가 있는 분은 키오스크에서 사진만 찍고 내려가서 짐 찾고 뒤쪽 입국심사 줄에 서면 됩니다. 일반 입국심사대는 짐 찾는 곳 옆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