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거 많더만요
백신 증명만 있으면 코로나 검사 없이 캐나다에 입국할 수 있게 되어 9월 노동절 연휴에 밴쿠버에 다녀왔다. 19년 8월에 처음 밴쿠버에 갔었는데 두 번째 방문이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다. 맛있는 한국 음식점도 많고, 사용하는 단위(킬로미터, 리터 등)도 익숙해서 미국에 있을 때보다 더 편안한 기분이 들어 자주 오자 마음먹었는데. 자동차로 세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전염병이라는 변수가 막을 줄이야.
캐나다에 육로로 입국할 땐 코로나 음성 증명은 필요 없지만 arriveCan 앱에 백신 접종 증명서는 업로드해야 한다. arriveCan에 정보를 입력할 때 어떤 보더를 지나는지 입력하게 되어 있는데, 중간에 경로를 바꾸게 되어 수정하려고 했더니 보더 수정이 되지 않아 기존 여행 일정을 지우고 새로 입력하고 QR코드를 받았다. 입국심사 때 이 코드를 보여줬는데 스캔도 하지 않아서 의미가 있나 싶기는 하다. 입국심사 대기시간은 WSDOT(미국->캐나다)앱과 CanBorder(양쪽 다)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애틀과 밴쿠버 사이에는 Peace Arch, Pacific Highway, Lynden/Aldergrove 세 군데에 보더가 있고, 보통 Lynden이 좀 돌아가는 경로라 대기시간이 짧은 편이다. 우리는 토요일 아침 밴쿠버로 넘어갈 땐 Lynden을 통해 30분, 월요일 오후 시애틀로 넘어올 땐 Pacific Highway를 통해 한 시간이 걸렸다. 입국 심사할 땐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음식물 있는지 등 간단한 것만 묻고 트렁크 수색은 하지 않았다. 가끔 수색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9월 초에 시애틀 쪽 기름값이 갤런당 4달러 후반에서 5달러 초반이었다. 국경 근처 밸링햄 코스트코 주유소에서 3달러 중반에 주유 가능하다는 표시를 보고 밴쿠버로 넘어갔는데 거긴 리터당 1.9 캐나다달러였다. 남은 기름이 없긴 했는데 가득 채웠더니 약 128 캐나다달러(98달러)가 나왔다. 미국도 비싸다고 했는데 캐나다는 더 비쌌다. 시애틀에서 밴쿠버로 넘어가실 분들은 밸링햄에서 꼭 주유를 하고 가시길.
아이가 있으면 아마도 사이언스센터를 많이 갈 것이다. 아이들이 즐길거리가 많아 우리도 재방문을 했다. 다만 여긴 바로 앞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기가 늘 어려운데, 길 건너 주차장들도 공영주차장과 가격(6시간에 16 캐나다달러 냈음)이 별로 다르지 않으니 이용해도 좋을 듯하다. 사이언스센터 안에는 햄버거 파는 식당 하나와 간단한 스낵코너만 있어서 점심은 그랜빌 아일랜드에 가서 먹는 걸 추천한다. 사이언스센터 앞에서 아쿠아버스(세명 왕복 30달러 정도)를 타고 다녀와도 되고, 날씨가 좋으면 걸어가도 된다. 그랜빌 아일랜드에 바닥분수와 슬라이드가 있어서 가보고 싶었는데 하필 우리 일정 중엔 비가 와서 가보질 못했다.
토요일에 국경 넘자마자 Sea to Sky 곤돌라를 타러 갔는데 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중간에 Horseshoe Bay에 들러 잠깐 커피 마시며 경치를 즐기다 다시 차에 올랐다. 얼마나 잘 한 선택이었는지. 그곳에서 곤돌라 타는 곳까지 40km인데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해안도로에선 전화가 터지지 않는다. 우리는 T모바일을 로밍해갔는데 남편과 내 전화기가 같은 기종임에도 다른 통신사가 잡혔고 둘 다 먹통이긴 마찬가지였다. 다운타운에서도 건물 안에선 신호가 잘 안 잡혔다. 한국에선 로밍해도 그렇게 잘 터지더니 바로 옆 나라에선 왜 이모양인고. 곤돌라는 정말... 너무 무서웠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감탄을 자아냈지만 또 타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런 바이킹은 두 번 탔으면 됐다.
요즘 달러 강세라 캐나다 여행하기 좋은 것 같다. 팁은 달러로 줘도 되니까 환전할 필요도 없고, 시애틀 지역보다 한국 음식점이 많아 선택지가 다양한 것도 장점이다. 자, 그럼 달력에 다음 연휴를 찾아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