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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Nov 03. 2022

이번엔 Stomach Flu

개근이 뭔가요

10월 31일은 킨더에서 파자마데이를 하는 날이었다. 지난주 학교에서 열린 Falloween 파티를 다녀온 아이는 이 날 역시 손꼽아 기다렸다. 학교에선 파자마데이를 하고 집에 오면 Treat or Trick을 하는, 즐거운 일들로 가득 찬 날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이 날 학교에 가지 못했다. 아파서 학교 못 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시작인가.


출처 - https://www.cdc.gov/norovirus/


일요일 아침 스타벅스에서 요기를 하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차에 타면 재잘재잘 말이 많은 아이인데 그날따라 말수도 적고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투정이려니 하고 일단 마트로 가서 혼자 들어가 장을 보고 나왔다. 짐을 싣고 출발하는데 뒤에서 "억"하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아이가 엄청난 구토를 하고 있었다. 놀랐지만 별 일 아닌 듯 "아침 먹은 게 체했나 보다. 괜찮아 괜찮아. 씻으러 갈까?"하고 우는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토사물이 묻은 옷을 모두 벗기고 대충 닦은 다음 내 겉옷을 입혀 다시 차에 태웠다. 남편이 대충 닦고 정리를 했음에도 차에서 냄새가 많이 나서 일단 마스크를 다 썼다. 비닐봉지 몇 장을 들고 아이 옆에 앉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집에 갈 때까지 두 번을 더 토했다.


집에 와서 사람부터 카시트까지 모두 다 씻고 아이를 눕힌 뒤 죽을 만들다가 퍼뜩 생각이 났다. 이거 체한 게 아니라 Stomach Flu일 수 있겠구나. 아이들 기관에 보내면 감기, 장염, 수족구 등등 계속 걸린다는데 드디어 감기에 이어 토하는 장염이 온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죽 한 숟가락을 먹더니 바로 토해냈다.


먹은 것도 없이 토하기만 해서 물만 줬는데 그것도 게워냈다. 찾아보니 urgent care 가도 아무 처방 없고, 탈수 방지를 위해 pedialyte 먹이라는 권유만 받았다고 해서 일단 얼려먹는 freezer pops로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아이에게 왜 아픈지 설명해주고, 오늘은 물과 pedialyte 아이스크림만 먹을 수 있다고 했더니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왜 짜증도 안 내고 수긍하니 슬프게.


물까지 계속 토하니 이게 응급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지 아니면 집에서 돌봐도 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저녁에 소아과에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겼다. 두 시간 정도 후 간호사에게 전화가 왔고, Stomach Flu가 맞으니 집에서 다음과 같이 시도해보라고 했다.


- 토하고 1시간은 아무것도 주지 말고, 1시간 뒤 5분 간격으로 10mg-15mg 물을 줄 것

- 또 토하면 위 사이클 반복

- 토하지 않으면 4시간 뒤에 20mg-30mg 물을 줄 것

- 자고 일어나면 30분은 아무것도 먹이지 말 것

- 물이 괜찮으면 토스트를 아주 조금씩 줄 것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엄청 유행하고 있고, 괜찮아져도 24시간 이내에 다시 시작될 수 있으니 모든 걸 천천히 진행하라고 했다. 아이가 10시간 넘게 소변을 보지 않고 있는데 괜찮냐고 물으니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먹은 게 없으니 당연한 건데 탈수 올까 봐 너무 걱정이 됐다.


밤새 토할까 싶어 옆에서 새우잠을 자는데 아이는 여러 번 깨서 물을 찾았다. 자고 일어나서 30분은 뭐 먹이지 말랬는데 아이가 자꾸 목이 마르다 하니 그냥 물을 먹였다. 아침에 너무 배고프다고 해서 식빵 한 조각을 구워서 500원짜리 동전만큼만 먹게 했다. 괜찮은 것 같아 30분 후에 또 그만큼 먹였다. 그 뒤로 30분~1시간 간격으로 토스트와 바나나 및 애플소스를 조금씩 먹었고, 마침내 저녁엔 김에 싼 밥 한 숟가락도 통과했다. 기운을 차린 아이는 핼러윈 캔디도 다 받아왔고 화요일에는 등교를 했다. 혹시 토했다고 학교에서 전화 올까 봐 대기하고 있었는데, 학교에 봉사활동 가서 아이를 보니 완전히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휴 바이러스 물리쳤나 보다!




아이들이 노로바이러스(Stomac Flu/토하는 장염)에 걸리면 심한 경우 물만 먹어도 구토와 설사가 계속되기도 합니다. 약 처방 잘 안 해주는 미국이지만 탈수 가능성이 있으면 구토 방지제를 처방해준다고 하니, 소변 색이 붉은색을 띠거나 아이가 너무 쳐지면 꼭 병원에 가세요. 이온음료나 pedialyte freezer pops을 얼려서 조금씩 먹으면 탈수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토사물이 묻은 의류나 침구는 오물을 제거하고 표백제에 30분 정도 담근 뒤 찬물로 세탁하면 역한 냄새가 사라집니다. 그냥 뜨거운 물로 세탁하면 더욱 강화된 토냄새를 맞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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