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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Dec 16. 2022

엄마 다음엔 디즈니월드야

어린이의 어트랙션 정복 여행


엄마 우리 디즈니랜드 언제 가?
지난달에 다녀왔잖아.
아 그랬지. 그럼 디즈니월드 언제 가?
응???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디즈니랜드에 가기로 일찌감치 결정하고 8월에 이미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 그런데 이미 가 본 사람들이 그때 가면 사람도 너무 많고 춥다고 10월쯤에 가야 좋다고들 하는 게 아닌가. 학교 다니는데 어찌 가냐 했더니 당연하게 빠지고 가면 된다고 해서 한 달을 남겨두고 일정을 11월 초로 변경(경험자 의견 존중하는 타입)했다. 호텔은 디즈니랜드 바로 앞 Best Western Plus Park Place Inn을 예약했었는데 바꾼 일정엔 주변 어느 곳도 빈방이 없어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호텔을 잡았다. 그리고 학교에는 가족여행으로 4일 동안 학교를 빠지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며칠 후 승인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학교 사무실에 제출해야 하는 결석계  어린이 여행계획표


결석계를 승인받고 여행까지 3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아이가 자주 아팠다. 눈병과 감기와 Stomach flu에 고생하느라 학교도 잘 못 가고, 여행을 가도 되겠나 반은 포기한 상태로 정신없이 지냈다. 마지막에 가서야 부랴부랴 렌터카를 예약하고, 나머지 일정의 호텔들을 예약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여행책을 빌려 와서 가고 싶은 곳들을 확인하며 토요일을 기다렸다.


따뜻한 캘리포니아


1일 차 - Seattle to LA


시애틀에서 LA까지는 비행기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알찬 일정을 위해 토요일 오전 7시 40분 출발 비행기를 타고 10시쯤 LA공항에 도착해 렌터카 셔틀을 탔다. Hertz 골드멤버는 해당 구역에 가서 아무 차나 골라서 출구에서 확인받고 나오면 된다. 일단 배가 고파서 LA 마당몰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내 사랑 알라딘에 들러 아이 책을 몇 권 샀다. 3시 좀 넘어서 그리피스 천문대로 갔는데 아이와 야경까지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해질 무렵 그냥 내려왔다. 영화에서 보던 Hollywood 사인을 직접 보니 좀 들뜨긴 했다. 11월 5일 방문 당시에는 백신 접종 증명을 해야만 천문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델타항공은 창가 및 복도석 대부분을 Preferred Seat로 지정하여 추가금액을 내도록 되어 있는데, 비행 편 변경을 하는 경우 이 금액은 eCredit으로도 돌려주지 않고 preferred seat로 지정할 수도 없음.

* Hertz는 Visa 카드 25% 할인받았음. 할인조건에 맞는 게 없다면 PTSA 멤버 할인 20%도 고려해볼 것.

* 마당몰에 식당, H마트, 서점 등을 이용하면 무료주차 2~4시간 가능.

* 천문대가 보이는 지점부터 길거리 주차가 가능한데 자리가 있으면 바로 해야 함. 일방통행이라서 가까운 곳을 찾는다고 가다 보면 다시 밑으로 내려가게 됨. 길거리 주차비용은 시간당 10달러고 기계식 선불임.



2일 차 - LA to San Diego


호텔에서 일찍 체크아웃하고 Getty Center로 갔다. 간단한 짐 검사를 받고 트램을 타고 올라갔는데 LA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뷰를 가진 곳이었다. 이런 미술관을 주차비 20달러만 내고 관람할 수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어린이에게는 트램 말고는 재미있는 게 별로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세 시간 만에 내려왔다. Manhattan Beach에 들러 점심을 먹고 두어 시간 달렸더니 해질 무렵 샌디에이고에 도착했다. 발보아 파크 근처 H마트에 들러 저녁도 먹고 간단히 장을 봐서 미션베이에 예약해 둔 호텔로 갔다.


* Sofitel Los Angeles at Beverly Hills 맞은편에 Beverly Center가 있어서 편의시설 이용하기 좋음.

* 11월 6일 당시 게티센터는 사전예약을 받음. 예약 없이도 들여보내 주기는 함.

* Nick's Manhattan Beach 식당을 간다면 shrimp taquitos 추천.



3~5일 차 - San Diego


전날 구매해둔 Go City pass(All-inclusive 3-day, 3인 $609.3)를 개시하러 레고랜드로 갔다. 레고로 만든 다양한 것들을 관람하는 게 주요 포인트고 놀이기구는 간간히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반대였다. 가족 모두가 좋아했던 건 Emmet's Flying Adventure Ride였고, 아이가 몇 번이고 좋아하며 탔던 건 Dragon이었다. Technic Coaster가 운행했다면 그걸 더 좋아했을 것 같은데 그날은 운행하지 않았다. Lego Movie는 어린이가 무척 무서워해서 의외였다. 비수기 평일에 비도 오락가락하는 날씨여서 그랬는지 붐비지 않아 다섯 살 아이와 일곱 시간 내내 놀고 나올 수 있었다.


밤새 비바람 소리에 뒤척이다 아침에 비가 그쳤길래 얼른 San Diego Zoo로 갔다.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그날의 마지막 일정이 될 것 같았다. 동물원 열자마자 들어가 투어버스를 타고 구경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장대비가 쏟아졌다. 동물원을 나와 숙소 근처 Phil's BBQ에 가서 육덕진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수영하며 남은 하루를 보냈다.


수요일엔 날이 좋아서 Seaworld에 가기로 했다. 씨월드 개장 시간이 10시라 시간이 남길래 고시티패스를 쓸 수 있는 The New Children's Museum에 가서 아이를 잠깐 놀게 해 주고 이동했다. 난 왜 씨월드를 아쿠아리움이라 생각했던가. 호텔에서 보이는 롤러코스터가 다른 놀이동산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바로 씨월드였다. 우리집 어린이는 Journey to Atlantis와 Tentacle Twirl을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이고 탔고, Sea Lion & Ottor Spotlight나 Dolphin Adventures 보는 건 지루해했다. 3시 반쯤 나와서 Fleet Science Museum으로 이동해 마지막 고시티패스를 썼다.


* 방문 당시 레고랜드는 화/수 휴무. 운영시간을 꼭 확인해야 함. 주차비 25달러.

* 여러 곳을 방문한다면 Go City 추천 - https://gocity.com/en-us#anchor-destination

* Journey to Atlantis 옷 다 젖음 주의.

* Hyatt Regency Mission Bay Resort는 물이 뭔가 머리카락을 빗자루로 만듦.

* LA-San Diego H마트와 한국식당 물가는 워싱턴주보다 저렴한 편.



6일 차 - San Diego to Anaheim


바다사자와 물개를 볼 수 있는 La Jolla Cove나 패러글라이딩 구경할 수 있는 Torrey Pines Gliderport도 가볼까 했지만 어린이의 선호사항이 아닌지라 급히 구글링하여 Irvine으로 출발했다. 어바인에서 열기구를 탈 수 있다고 해서 이동하면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Great Park에 가서 탔다. 어바인은 LA 다운타운과 달리 깨끗하고 약간 판교 느낌이 타서 동네 구경을 좀 하고 백정에 가서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었다. 참새 방앗간 찾듯 어바인 H마트에 들러 먹을 걸 좀 사고 드디어 디즈니랜드를 향해 출발했다.


* 열기구 탑승 신청 후 확정 문자가 오지 않아도 사무실에 가서 확인받으면 탈 수 있음 - https://www.cityofirvine.org/great-park/great-park-balloon-carousel 



드디어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는 10월 중순 기습적으로 이용료를 모두 올려서 안 그래도 비싼데 더 비싸졌다. 우리가 이용한 날짜는 가장 비싼 Tier 6이 껴있어서 디즈니 홈페이지에서는 Genie+ 포함 990달러가 되어있었다. 인상 소식을 듣자마자 할인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아직 가격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는지 한 달 전에 조회해 본 가격과 같아서 845달러에 구매(현재는 더 비쌈)했다. 티켓을 디즈니앱에 링크하고 어떤 날짜에 어떤 파크를 이용할 것인지 예약하고 나면 준비는 끝이다.


디즈니랜드를 이용하려면 디즈니앱과 Genie+(1일 $25)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Genie+ Lighting Lane(LL)이 있어야 인기 어트랙션에 대기를 걸 수 있고, 초인기 어트랙션에 individual pass를 구매해서 대기를 걸 수 있다. LL이 없으면 individual pass(Racers $18/Star Wars $25)를 구매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돈은 이렇게 버는 것이구나 대단한 디즈니. Genie+의 또 다른 혜택은 Digital Photo다. 돌아다니다 보면 사진 찍어주는 직원들이 있는데 디즈니앱에 바로 사진을 넣어주거나 플라스틱 카드를 주기도 한다. 사진 품질은 기대하지 말고 가족사진을 모으는 거라 생각하면 딱 좋다.


디즈니랜드 티켓 예시

* 디즈니랜드 티켓 할인 사이트 - https://www.klook.com/

* 디즈니랜드 근처 고속도로 인접 호텔은 소음이 상상을 초월함.



7일 차 - Disney California Adventure Park


호텔에서 간단한 조식을 먹고 약간의 간식을 챙겨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파크로 향했다. 7시 반쯤 도착해서 짐 검사를 10분 정도 기다렸고, 파크 입구에서 디즈니앱으로 입장권 QR코드를 찍고 실물 입장권을 받았다. 들어가자마자 디즈니앱을 켜서 LL로 Guardians of the Galaxy에 대기를 걸고 근처에 줄이 짧은 Luigi's Rollickin' Roadsters를 탔다. 가디언즈 차례가 됐다고 알림이 와서 QR코드를 찍고 들어가서 대기하면서 바로 Soarin' Around the World에 대기를 걸었다.


가디언즈를 타고 나와서 Goofy's Sky School 줄이 짧길래 타고, Soarin 순서가 됐다고 알림이 떠서 바로 가서 QR을 찍었다. 기다리면서 WEB SLINGERS: A Spider-Man Adventure에 대기를 걸고, Radiator Springs Racers는 individual pass를 구매했다. Soarin을 타고 나와서 간단히 요기를 했는데 Racers가 계속 임시점검 상태라고 뜨다가 우리의 예약시간이 끝나갈 무렵 순서가 됐다고 연락이 왔다. 타러 갔더니 LL입구에 줄이 100미터 정도 서 있어서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일반 입장은 150분 대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Racers에 대기하는 동안 스파이더맨도 순서가 됐다고 연락이 와서 조마조마했는데 1시간 안에 아슬아슬하게 타러 갈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6시에 일어나서 오후 1시까지 달린 일정이다.


Toy Story Midway Mania도 타려고 했는데 LL로 걸 수 있는 시간이 저녁 6시쯤이라서 줄이 길지 않은 Grizzly River Run, Pixar Pal-A-Round(Non-swinging), Silly Symphony Swings 같은 것을 타다가 토이스토리 일반 대기시간이 30분으로 뜨길래 바로 달려갔다. 실제로는 한 시간 정도 기다려서 탔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어트랙션은 아니었다. 스파이더맨을 탔다면 이건 안 타도 된다. 아주 흡사하다. Golden Zephyr, Jessie's Critter Carousel 등을 더 타고 Buzz Light Year와 사진을 마구 찍고 오후 4시쯤 일단 숙소로 후퇴했다. 어린이가 좀 잤으면 했는데 한 시간 내내 그림을 그리셨다. 결국 포기하고 햇반과 라면과 빵으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다시 파크로 출발했다.


LL로 Goofy's Sky School에 대기 걸어둔 시간에 맞춰 파크에 다시 입장했다. 구피를 타고 나와 사진을 좀 찍고 The Little Mermaid를 탄 뒤 World of Color를 보려고 자리를 잡았다. 원래 이 분수쇼를 바로 앞에서 보는 디저트 파티(1인 $89)를 예약했었는데 우리 일정이 바뀌면서 다시 예약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가 있다면 예약하고 편하게 보면 좋을 것 같다. 당일 낮 12시에 이 분수쇼 관람구역을 지정하는 virtual queue가 디즈니앱에 열리는데, 그 구역은 디저트 파티 뒤쪽 길거리라서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어쨌든 그냥 보러 가면 어린이를 목마 태우고 고행하는 아버지가 탄생하게 된다. 9시 반쯤 파크를 나와서 숙소로 걸어가는데 어린이는 걸으면서 잠을 자는 신공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결국 남편과 내가 번갈아 안으며 숙소로 데려갔다. 우리는 이 날 이만 오천보를 걸었다.


난 롤러코스터 종류를 좋아하지 않고 남편은 빙글빙글 도는 것은 어지러워해서 각자 탈 수 있는 걸 아이와 탔다. 별로 안 무서워 보였는데 너무 무서웠던 건 Goofy's Sky School이었다. 아이는 계속 타고 싶어 해서 두 번째는 남편이 같이 탔다. 체험하는 형태의 놀이기구(스파이더맨, 토이스토리)는 아이가 별로 신나 하진 않았는데 Soarin은 우리 모두 좋았다. 레고랜드에 있던 Emmet's Flying과 비슷했다. 롤러코스터 못 타는 내 기준에선 가디언즈, Spring Racers, Soarin, 토이스토리, 스파이더맨이 재미있었다. 아이가 정말 타고 싶어 했던 건 Incredicoaster 였는데 키 제한에 걸려 타지 못했다. 휴 다행이다.


* LL 대기는 1개씩만 걸 수 있고, 순서가 됐는데 혹시 안 타게 됐다면 입구에서 QR코드는 찍고 나와야 다른 어트랙션에 대기를 걸 수 있음.

* 한번 LL을 사용한 어트랙션은 다시 LL을 사용할 수 없음.

* World of Color Dessert Package - https://disneyland.disney.go.com/dining/disney-california-adventure/world-of-color-dessert-party/

* 운행하지 않는 놀이기구가 좀 있고, 운행하다가도 몇 시간씩 열지 않기도 하므로 디즈니앱 계속 확인 필요.

* 디즈니앱은 스마트폰 배터리를 아주 빠르게 소모시키므로 충전기를 준비하거나, 일행의 스마트폰과 교대로 이용 추천.


어드밴처파크 vs. 디즈니랜드파크 - LL 이 있어도 타기 쉽지 않고 Individual LL도 오전에 매진될 수 있음


8일 차 - Disneyland Park


호텔에서 간단한 조식을 먹고 약간의 간식을 챙겨 디즈니랜드 파크로 향했다. 어제와 비슷하게 입장해 Space Mountain에 대기를 걸고 Buzz Lightyear Astro Blasters 줄이 아주 짧아서 이걸 먼저 탔다. 스페이스 마운틴은 뭔지도 모르고 타러 갔는데 암흑 속 롤러코스터였다. 난 롤러코스터가 싫다구유! 다음 LL 타자는 Big Thunder Mountain이었는데 어트랙션 정보를 확인한 나는 부녀에게 오붓한 시간을 안겨드렸다. 두 사람이 빅 썬더를 타는 동안 Matterhorn Bobsleds에 대기를 걸었다. 물론 두 사람만. 부녀가 봅슬레드를 타러 간 사이 Railroad  Millennium Falcon에 대기를 걸고, 바로 옆 Alice in Wonderland에 혼자 줄을 섰다. 30분 정도 기다려서 셋이 앨리스를 탄 뒤 스타워즈 구역으로 갔다.


간식 먹으며 팔콘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식당들이 너무 붐볐다. 토요일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할 수 없이 가져간 간식만 조금 먹고 팔콘을 타러 갔다. 팔콘에 체크인하고 Splash Mountain에 바로 대기를 걸었고, 팔콘을 타고 나와서는 Jungle Cruise를 30분 정도 기다려서 탔다. 스플래시 마운틴에 체크인한 뒤 "it's a small world"에 대기를 걸고 공주들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Royal Hall에서 30분 넘게 공주님들을 기다려도 줄이 도무지 줄지를 않았다. 포기하고 일단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대기가 너무 길어 포기하고 놀이기구 몇 개만 더 타고 나가서 먹기로 결정했다. 추로스 하나 사는데도 20분씩 기다려야 할 만큼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Pirates of the Caribbean이 오전 내내 임시점검이었는데 열었길래 일반 줄에서 40분 정도 기다려서 보고, 스몰 월드에서 어여 오라고 연락이 와서 그것까지 보고 1시 반쯤 파크를 나왔다.


근처 한식당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H마트(없인 못 살 지경)에서 저녁으로 먹을 김밥과 빵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목적은 휴식이었지만 어린이는 본인의 여행책에 글과 그림을 남기느라 좀체 쉬질 않으셨다.


6시 반에 하는 A Christmas Fantasy Parade를 보려고 6시쯤 파크에 들어갔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정말 발 디딜 틈도 없어서 아이와 겨우 퍼레이드를 보고, 디즈니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좀 찍고, 빈 테이블에 앉아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낮에 스몰 월드를 체크인하고 Indiana Jones™ Adventure에 8시 대기가 가능해서 그걸 걸어놨었다. 시간이 되어 인디아나 존스를 신나게 타고 9시 반에 시작하는 불꽃놀이를 보려고 배회하다 미키마우스와 친구들이 춤추는 걸 보고 있는데 아이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30분 정도 안아서 재우다 불꽃놀이 보자고 깨웠는데 영 일어나질 못해서 결국 또 남편과 번갈아 안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이래서 숙소를 가까이 잡고 싶었는데. 나오면서 보니 불꽃놀이는 좀 밋밋했다. 벨뷰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더 멋있달까.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디즈니랜드파크가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질 거라 생각한다. 나와 아이는 그 시리즈를 잘 모르고 남편도 마니아층은 아니라서 큰 감흥은 없었다. 놀이기구는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파크보다 디즈니랜드 파크가 더 많은데 그만큼 사람도 더 많다. 어린이는 캐리비안의 해적과 인디아나 존스를 무서워했고, 봅슬레드는 한 명씩 타는 놀이기구라서 재미없어했다. 개인적으로는 버즈 라이트이어와 팔콘이 재미있었고, 스몰 월드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우리는 경로를 고려하지 않고 LL 대기가 짧은 놀이기구 위주로 이동하면서 주변에 줄이 짧은 거 하나씩 타는 식으로 다녔다. 경로를 생각해서 고르는 동안 LL 대기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는 걸 전날 경험했기 때문에 효율성을 포기하고 이 날은 이만 칠천보를 걸었다.


* 11월의 디즈니랜드는 낮엔 반팔, 밤엔 패딩을 입을 정도로 일교차가 꽤 큼.

* 인디아나존스는 키 제한 46“(117cm)인데 총 세 번 체크하고 확실히 크지 않으면 돌려 보냄.

* 불꽃놀이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식당 - https://disneyland.disney.go.com/dining/disneyland/tomorrowland-skyline-terrace/ 



엄마 집에 가기 싫어


9일 차 - LA to Seattle


시끄러웠던 호텔에서 일찍 체크아웃하고 LA 자연사박물관으로 갔다. 공룡 본다고 흥분한 어린이를 데리고 관람하는 동안 몸살 난 남편은 약을 먹고 벤치에 앉아 쉬었다. 겨우 기력을 회복한 남편을 챙겨 한인타운에 있는 대도식당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 와, 미국 와서 먹은 고깃집 중 제일 맛있었다. LA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드시는구나 부럽네유.


남편은 다시 차에서 쉬고(다섯 살 체력을 반백살 부모가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쥬) 아이와 나는 알라딘에 가서 책을 봤다. 아마존 프레시로 장을 봐서 밤에 배달되도록 신청해두고, 비행시간이 가까워져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5시 50분 출발 비행기를 탔다. 휴 드디어 이 긴 여정을 별 탈 없이 마쳤다.


* 델타항공은 만석인 경우 좌석 선반에 1인당 캐리어 하나씩만 넣을 수 있다며 제한함. 단 어린이 카시트는 추가로 넣게 해 줌.


어린이 여행기에서 발췌




미국에서 두 번째 긴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가 이 정도 일정을 소화할 만큼 컸다는 게 대견하고, 그만큼 아이를 위해 챙겨야 하는 게 없어져서 여행이 편해지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도 소중하지만 한국에서 둘이 살았을 때를 떠올려보면 새로운 것을 배웠거나 여행 갔던 기억만 난다. 아이를 키우는 이 멋진 시간들도 나중에는 다 지워지고 굵직한 이벤트만 기억하겠지.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아이와 함께 이 나라를 많이 기웃거려보고 싶다. 그 마음이 들기까지 육 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야 재미있을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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