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바쁘군
워싱턴주에는 한국학교가 꽤 많은데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건 시애틀-벨뷰 통합 한국학교다. 만 4세 Pre-K부터 입학할 수 있는데 코비드 때문에 계속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이번 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또래 한국 친구도 사귈 겸 다니면 좋을 것 같아서 8월에 등록을 했다. 한국어 수업이 끝나면 특별활동반도 할 수 있는데, 아이에게 물으니 싫다고 해서 한국어만 신청했다.
킨더를 몇 주 보내보니 왜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한국어를 빠르게 잊어버리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집에 오면 오후 4시고,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하다가 저녁 준비하고 밥 먹고 잠깐 같이 놀다 보면 바로 잘 시간이다. 전보다 대화하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줄어들고, 한국어로 된 책을 읽는 빈도도 현저하게 줄었다. 아이는 모르게 나만의 하루 목표치를 갖고 한국 책 읽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학교에서 또래 한국어를 많이 썼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들어보니 아이들끼리 얘기할 땐 영어를 더 많이 쓴다고 한다.
친구 사귀길 바라는 마음으로만 보냈는데 수업도 꽤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반 배치고사를 통해 수준별로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에 빠지면 Seesaw와 Quizlet 등으로 보충수업도 해줘서 감기로 집에서 쉴 때 도움이 됐다. 킨더에서도 수학 수업을 iReady로 하던데, 이런 온라인 프로그램이 너무 당연한 세대를 따라가려면 부모도 부지런히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만 5세의 시간표가 참으로 빽빽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9시부터 3시 40분까지 수업(수요일은 1시 반까지), 토요일엔 9시부터 11시 45분까지 수업. 아무 사교육을 받지 않는 우리 아이의 일정이 이렇고, 주변에 보면 보통 축구/미술/태권도/악기 한 두 개쯤은 보내니까 다른 아이들은 더 빡빡할 테다. 우리 어린이들 언제 놀지? 더 많이 놀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