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버리기
현대사회는 비정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서 그 비정함을 많이 보는 것 같다. ‘갑질’이라 표현되는 힘이 있는 자가 힘이 없는 자를 괴롭히는 모습, 심지어 ‘을의 갑질’이라 해서 ‘을’이 ‘병’에게 갑질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을’이던‘병’이던 간에 사회에서 당신같은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경우 타인에게 통칭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는 것 같다.
약자인 우리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해서 이를 당장 상쇄할만한 수단이나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 당장은 괴로워도 견뎌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괴로웠던 기억들이 하나 둘씩 쌓여가면서 약자의 마음속에는 타인에 대한 분노와 원망, 자신에 대한 연민 등이 축적되게 된다. 그리고 이 축적된 감정들은 약자를 무너뜨리거나, 사회에 대한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리고 이러한 원망의 마음은 계속 사람들이 서로에게 괴롭힘을 주거나 당하는... 벗어날 수 없는 수레바퀴‘로서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사람은 원래 타인에게 당한 것을 쉽게 잊을 수 없는 존재이다. 어떤 이가‘ 나는 타인에게 괴롭힘 당한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니까 생각나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그때의 괴로웠던 시간에 대한 관심이 덜해진 것 뿐이지 괴롭힘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은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약자인 내게 준 상처는 시간이 많이 흐른다고 할지라도 때때로 생각이 나 내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괴롭힘을 준 사람은 해당 사실을 바로 잊거나 자신에 남에게 해가되는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괴로움을 당한 약쟈는 이를 두고두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훌훌 털어버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우리가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것, 가슴 속 깊이 담아두던 무언가를 말끔히 정리하는 또는 그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약자의 경우 괴로웠던 기억들이나 상황에 대해서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훌훌 털어버리라는 이야기는 그냥 당한 것을 잊어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괴로웠던 기억에 대해서 보내는 관심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른 생산적인 방향으로 관심을 쏟으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에 대해 생각할 시간에 자신의 나가야 할 길 ’약자에서 벗어나 강자로 가는 길‘에 좀 더 신경을 써보라는 것이다.
여기서 ’훌훌 털어버리라고 하는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어디서 치유하나요?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고 대차게 한판 붙은 후 장렬하게 산화하는 방법, 힐링 클래스 등에 등록하여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방법 등 그러나 이들 방법들은 약자의 마음의 상처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즉, 약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이다.
훌훌 털어버린다고 할지라도 때때로 괴로웠던 기억들이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그럴때마다. 괴로운 기억을 차라리 ’저 갑질했던 인간을 넘어서고야 말겠다!‘는 내면의 각오에 불을 지피는 연료로 사용해 보기를 바란다.
명확한 해결책이 아닌 공자님 말씀 같은 허황된 이야기 같은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당한 만큼의 대가를 돌려주는 것보다는 괴로움을 발판삼아 약자가 강자가 되어 예전에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내려다 보는 것! 이것이 약자의 진정한 복수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