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약자가 살아남는 법 ⑳ ]

자신에 대한 위로는 그만!

by 실전철학

한때 마음의 치유와 관련된 트렌드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세는 현재에도 맹위를 떨치는 것 같다. ’~해도 괜찮아‘, ’나를 위한 선물‘, ’지금까지 잘해왔어‘, ’토닥토닥‘ 등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들이 온라인에 등장했고 지금도 무수히 나타나고 있다.

약자는 여기저기 치이는 데가 많으니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 한다. 누가 약자인 자신을 소중히 대해 주기를 원하고, 누군가가 ’너는 잘하고 있다‘ 라고 칭찬의 말을 해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마음의 결과로 자신에게 한번 주눈 선물로 수입대비 비싼 여행을 가기도 하고, TV의 힐링 프로그램에 열광하거나, 마음챙김 프로그램에 등록하기도 한다. 즉 자신을 소중히 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상기의 마음가짐이나 활동들이 진정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일까?

예전에 내 경우 직장에서 너무 힘이 든 나머지 ’번-아웃’이 온 적이 있었다. 강도 높은 업무, 개인사정은 일절 봐주지 않는 삭막한 문화 등에 지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하고 자신을 치유해 보고자 소위 말하는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해당 힐링 프로그램에서는 호스트가 주재하는 여러 가지 단계들이 있었는데, 이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히 힐링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무언가 마음이 후련해 지는 것 같고 위로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힐링 프로그램은 내게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내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고 위로를 받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힐링프로그램 후의 회사로 돌아온 내가 직면한 현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기껏 힐링하고 왔지만, 처리해야만 하는 강도 높은 업무, 사람과의 관계의 어려움은 해결된 것이 없었다. 나를 소중히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내 자신의 자존감을 한껏 끌어올리기는 했는데, 사회는 여전히 나의 소중함을 알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본다. 약자에게 있어 진정 ‘자신을 소중히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 인지...자신을 소중히 한다고 해서 자신을 위로한다고 해서 잠시 동안의 해방감은 가질 수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을 계속 이어지는 관계로, 이런 상황에서 약자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할까? 계속 자신을 토닥여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여러 채널에서 방영되고있는 힐링물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추구해야만 할까? 이런 선택들이 나쁘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잠시 삶을 멈추고 잠시 호흠을 고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나를 좀 위로해줘...‘나 그냥 이렇게 살래...’ 등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자신을 소중히 하는 방법이 아닌 것 같다. 회피는 답이 아니다 세상의 어려운 일들은 잠시 피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약자인 우리는 자신에 대한 위로는 잠시만 하고 거창하게 말해 세상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역량을 키우고, 실력을 기르고 타인의 비아냥을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을 쌓아가는 태도와 행동들이 나 자신을 강하게 하고,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진정’ 나를 소중히 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 자신이 나를 지키지 못하는데 ‘나는 소중하다’ 고 외쳐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약자가 살아남는 법 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