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들이 이야기 할 때 목소리가 큰 이유는 바로 어르신들이 외롭기 때문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몇몇 어르신들이 야이기 하는 것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어르신들은 대부분 큰 목소리로 이야기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통화하고 있으면 십중팔구 어르신입니다. 그리고, 어쩌다 어르신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안납니다. 또한 어르신들은 남의 말 안듣고 자신의 의견을 주구장창 피력하십니다.
물론 다 그러신 것은 아니고, 어르신마다 당연히 예외가 존재하지만, 일정 나이 이상의 어르신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슷한 모습을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어르신들은 왜 이야기할 때 목소리가 크고,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행동을 하시는 것까요?
이와 관련하여 제가 가끔 안부를 문의드리는 은퇴하신 대학교 교수님과 나눈 이야기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교수님은 제게 한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가 변하지만 그중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이 ‘외로움’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중년 정도의 나이까지는 현역에서 일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있기에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잊을수 있었는데, 현억에서 은퇴하고 좀 더 나이가 드니 본인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는 겁니다..
교수님께서 소위 말하는 어르신이 되다보니 혼자 심심해 하는 일상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친구들과 통화할 일이 생기거나 ,누구를 만나게 되면 그자체로 나름 기쁘고 흥분되는지라, 괜히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진다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쏟아내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지는 경우도 생기는 등 젊을 때와 비교해서 이야기 패턴이 달라지는 것이 확실하다고도 하셨습니다.
상기 교수님과의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나름 어르신들이 목소리가 큰 이유(?)와 관련한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①어르신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야기할 상대가 줄어든다 → ② 이야기를 나눌 상대 및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외로움에 휩싸인다. →③ 그러다가 갑자기 앞에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나타났다 → ④ 이야기를 할기회가 생겨서 흥분된다 → ⑤ 흥분되니 목소리가 커진다 → ⑥ 귀한 이야기 기회가 생겼으니 일단 남의 이야기는 제쳐두고 생각나는대로 열심히 이야기 한다.
결국 어르신들의 큰소리나 과도한 이야기 시도는 어르신들의 외로움에서 기인한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는 외로운 어르신들이 이야기할 기회를 만나게 되면 본인 나름대로 그 없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 크게 이야기 하고, 무엇이든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말이 많아진다는 유추를 해보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누구나가 외롭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찾아주는 이가 줄어드는 관계로 그 외로움의 강도는 더 커진다고도 합니다. 주위에서 큰소리로 이야기 하는 어르을 마주칠 때, 밑도 끝도 없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어르신을 만났을 때 우리는 이에 대해 짜중내며 자리를 피하는 것 보다는 ”저 분들이 외로워서 저러시는구나...‘ 하는 아량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글로는 이렇게 적고는 있는데 막상 저보고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즐겁게 나누라고 하면? → 저도 못 할 것 같다는 고백을 합니다 ㅜㅜ)
저도 영원히 젊었으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저도 소위 말하는 ”어르신“이 되겠지요...”나는 현재의 어르신들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해보지만, 제가 나이가 들어 만나는 사람도 적고 재미있는 일도 줄고, 이야기 나눌 기회도 적어진다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남이 듣던 말던 내 이야기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