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 보일 것
예전에 유니세프에서 만든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유니세프가 가난한 어린이들이 받는 차별 실태를 보여주기 위한 실험 영상을 공개한 내용인데 6살짜리 여자 아이가 깨끗한 옷을 입었을 때와 허름한 옷을 입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준 영상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6살짜리 여자 아이에게 깨끗한 옷을 입혀 혼자 길에 서 있게 했다. 그러자 곧바로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아이에게 친절하게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했고, 일부 행인들의 경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아예 쪼그리고 앉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같은 여자아이의 얼굴을 지저분하고 꾸미고, 허름한 옷을 입혀 같은 자리에 서 있게 했다. 그랬더니 아무도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의 외양을 보고 평가하거나 차별대우 하는 것은 세계 어디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방이 어떤 차를 타는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었는가? 어떤 시계나 악세사리를 했는가? 에 따라 상대방을 평가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일부에서는 사람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자는 이야기가 간혹 나오고는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상대의 외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간단하게 말해 적어도 한국에서는 사람의 외형이 번듯하면 대우해 주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힘들게 사는 일부 약자들의 경우, 삶이 힘든 나머지 자신의 외양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되는대로 입고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목격되는 것 같다. 그 약자는 항상 맡은바 일을 성실히 하고 주위에 피해 입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그저 옷 대충 입고 다닌다는 이유로 주위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하게 된다. ‘ 주위에서’ 저사람 뭐가 부족한 게 있어 저러고 다닌다‘ 라는 뒷담화와 함께...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실력이 모든 것을 웅변한다’고 말이다. 맞는 이야기지만 약자가 외양을 부실하게 하고 다니면 실력이 있다하더라도 실력을 선보일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상위 레벨에 있는 계층의 부자일수록 자신의 외면을 포장하는데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내면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경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그 누도 이재용 회장이 없이 산다고 말하지 않는 경우를 들수 있을 것이다.
약자는 안그래도 약자라는 이유로 괜히 무시당하고 차별대우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괜히 외형만으로 차별대우 받는 불합리함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약자의 경우, 비싼 옷 및 악세사리 등을 착용하지 못할지라도 항상 상황에 맞는 옷차림, 단정한 외양 등을 유지하고 다녀야지 주위에서 함부로 하지 못한다. 단정한 외형을 보면 ‘이 사람이 먼가 있을것 같다’ 하고 처음부터 대놓고 무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양을 꾸밀 시간보다 실력을 늘리는데 집중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이미 일정수준에 오른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지 바닥에서 부터 출발해야 하는 약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어쩔 수 없다. 약자는 있어보여야 한다. 그래야지 사람들로부터 무시 당하지 않을 것이며, 기회를 만나는 순간도 상대적으로 중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