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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May 24. 2018

영화 <스탠바이, 웬디>

Please stand by (Wendy)

자폐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웬디(다코타 패닝 분)는 영화 스타트랙 매니아다. 3초 이상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사회성이 부족해 보호시설에서 살고 있지만 스타트랙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다. 그녀의 목표는 단 하나, 영화 스타트랙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 그녀가 쓴 시나리오 글이 400페이지가 넘는다. 얼마 남지 않은 우편 공모 마감일, 급기야 웬디는 새벽에 몰래 보호시설을 빠져나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LA로 향한다. 공모전 주관사 파라마운트 픽처스 영화사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제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네 마켓 앞 신호등도 건너본 적 없는 웬디에게 LA로 가는 여정이 순탄할 리 없다. 여비를 도둑맞고, 버스 정류장 앞에서 노숙을 하는 낭패를 겪는다. 과연 웬디는 무사히 시나리오를 마감시간 전에 낼 수 있을까? 공모전에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될까? 자폐를 가졌다는 이유로 '자유'보다는 '금기'를 가르쳐온 세상에 맞서 웬디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 <스탠바이, 웬디>는 자폐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사는 주인공의 처절한 장애 극복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웬디를 돌보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희생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영화도 아니다. 웬디가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 많은 사람들의 대단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노숙하는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스타트랙을 통해 함께 소통하는 정도의 작은 관심과 애정. 그 정도면 장애를 가진 웬디도 그럭저럭 사회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


스탠바이(stand by). '가만히 있다' 또는 '누군가를 계속해서 응원하다(stand by somebody)'는 중첩적인 뜻을 가진 말이다. "스탠바이"는 자폐를 가진 웬디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 아닌, 오히려 장애를 가진 웬디같은 사람들을 응원해 달라는 - 보통사람을 향한 - 외침이 아닐까. 그래서 이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원제는 <Please Stand b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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