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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May 15. 2018

영화 <트립 투 스페인>

트립 투 슬립이 낫겠다

5월 17일 개봉하는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을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트립 투 잉글랜드>, <트립 투 이탈리아>에 이은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세 번째 여행 영화라고 한다. 평소 가보고 싶었으나 아직 가보지 못했던 스페인을 다룬 영화이기에 약간의 기대감이 일었다.


영화에 대한 작은 만족은 영화가 예상한 대로 흘러갔을 때 생긴다. 영화에 대한 큰 만족은 영화가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했을 때 생긴다. 영화에 대한 '혹평'이 나오는 이유도 - 방향만 다를 뿐 - 마찬가지다.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안타깝게도 만족의 반대를 선사했다. 영화 제목만을 봤을 때 스페인 관광명소와 먹거리를 제대로 볼 수 있겠거니...뻔한 예상을 했다. 하지만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그렇게 뻔하진 않았다. 스페인의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강조하기 보다는 스페인을 함께 여행하는 배우이자 친구인 두 명의 중년 남자들이 나누는 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다고 중년 남자들이 논할 법한 '인생의 무게'를 쓸데없이 무겁게 다루는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차라리 그런 뻔한 내용을 무난하고 소박하게 영화 속에 담았다면 훨씬 좋을 뻔 했다.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서구 대중문화에 대한 무의식적 우월감을 담고 있다. 아니, 서구 사람들만을 위한 영화를 멋모르고 한국에 수입한 배급사의 실수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두 배우가 쉴 새 없이 성대모사하며 떠들어대는 서구 세계의 스타들 - 예컨대 믹 재거, 데이빗 보위, 마이클 케인 등 - 을 나는 잘 모른다. 그런데 영화는 그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듯 두 배우의 성대모사 장면을 쉴 새 없이 구겨넣었다.


이는 마치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 배우나 가수, 스타들 - 예컨대 최불암, 이계인, 최민수 정도? - 을 끊임없이 성대모사하며 떠드는 모습을 보며 웃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배우들이 흉내내는 서구의 스타들, 영국의 가수 정도는 전세계 사람들이 당연히 모두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가? 급진적 좌파의 시각으로까지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한국 사람이 공감할 수 없었던 영화였음에는 틀림없다. 최소한 나에게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트립 투 슬립>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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