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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Feb 23. 2018

영화 <리틀 포레스트>

청춘의, 청춘에 의한, 그러나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힐링 영화

(* 이 글은 영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운 좋게 브런치 무비패스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정되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시사회에 다녀왔다. 2월 20일 화요일, 신촌 메가박스 영화관 오후 8시. 7시 40분쯤 도착한 영화관은 이미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람들 틈 속 어딘가에서 들리는 영화 정보를 슬쩍 주워 담는다. 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 2014년·15년 일본에서도 같은 이름의 영화 두 편이 만들어졌단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 임순례 감독의 4년만의 신작이란 얘기도 들린다.      

 

푹신하고 컬러풀한 영화관 의자에 앉자 이내 영화가 시작된다. 초여름, 산 풍경을 담뿍 담은 첫 장면이 싱그럽다. 자전거를 타고 좁은 산골 도로를 느긋하게 달리는 혜원(김태리 분)의 모습 또한 20대 청춘의 풋풋함을 오롯이 담고 있다.      


혜원은 네 살 때 부모와 함께 시골로 내려왔다. 아버지의 병환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녀는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낸다. 혜원의 엄마(문소리 분)는 담담하게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며 혜원을 키워낸다. 하지만 혜원이 수능을 마치고 성인이 되자 엄마는 불현듯 시골집을 떠난다. 아마도 수 년 간 잊고 지냈던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난 것이리라. 엄마에 대한 원망을 시골집에 묻고 혜원도 자신의 꿈을 찾아 도시로 떠난다.      


도시에서의 혜원의 삶은 팍팍하다.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며 취직을 준비하는 혜원의 삶은 엉킨 실타래 같다. 임용시험엔 떨어지고, 같이 공부하던 남자친구는 덜컥 붙으니 묘한 괴로움에 시달린다. 심지어 편의점 알바를 하며 얻은 인스턴트 도시락마저 유통기한이 지나 상해 버렸다. 찬란해야 할 청춘에게 세상이 안겨 준 것은 '배고픔'이었다.  

  

마음의 안식을 찾고자 혜원이 선택한 것은 잠시 동안의 ‘귀향’. 다시 찾은 고향, 어릴 적 친구인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진주아 분)이 혜원을 반긴다. 재하는 “스스로 결정할 게 별로 없는” 회사생활을 청산하고 아버지 농장을 이어 받은 귀농 청년이다. 은숙은 전문대를 졸업하고 고향에 있는 농협 은행에 취직했다. 한적한 시골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계절을 보내며 혜원은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영화 도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모든 것은 타이밍.” 이 영화가 딱 그렇다. 팍팍한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귀농생활, 청년 일자리 대안으로 떠오르는 농업. 농촌에 대한 감성이 소비되고 있는 요즘의 트렌드를 영화는 놓치지 않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뚜렷한 기-승-전-결의 다이내믹을 버리는 대신 ‘시골생활의 정서’를 충실히 담고 있다. 그렇다고 시골 풍경을 단조롭게 나열하지는 않는다. 소박한 한국 농촌의 전경과 함께 인물의 행동, 대사, 나레이션 속에 시골 정서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영화 속 재하가 혜원에게 선물한 시골 똥개의 대명사 백구 – 이름은 ‘오구’다 – 의 귀여운 모습도 정겹다. 혜원의 엄마가 음식을 만들며 딸에게 전하는 말도 의미가 심장하다.      


기다려, 기다려야 최고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직접 키운 채소들의 원색적 색채, 정갈하게 그릇에 담긴 음식, 보글보글 지글지글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를 영화 속에 듬뿍 담았다. 처음 보는 아키시아 튀김, “시큼하고 쿰쿰한” 막걸리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침이 고인다. ‘입체 예술’인 영화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임순례 감독의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20대 청춘, 아니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은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원초적 고민을 안고 있다. 영화 속 혜원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만의 '먹고 살 궁리'를 찾아가고 있다. 


최고의 요리는 직접 해 먹는 게 아닐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청춘의, 청춘에 의한, 그러나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힐링 영화다.




영화 속 배경이 어디일까 궁금해 엔딩 크레딧(영화가 끝나고 자막에 올라가는 제작 참여자들의 명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경상북도 의성군 미성1, 2리 마을'이 영화 촬영 장소다. 올 여름 휴가지는 정해졌다. 또 한가지,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한 강아지의 이름 ‘오구’가 당당하게 주연 이름들 뒤에 올라와 있다.  동물을 배우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임순례 감독과 제작진의 따뜻한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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