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크 타이프 Sep 16. 2018

Welcome to My World

글로벌 마인드를 외치는 이들에게 고함

당신의 외침엔 영혼이 없다

글로벌 시대, 거의 모든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은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다. 정책을 논하는 자리나 국제 컨퍼런스 등에서 저명한 연사들은 하나같이 '글로벌 시대, 글로벌 인재의 필요성'을 외친다. 오늘도 청춘들은 21세기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다. 영어학원을 다니고, 글로벌 인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해외여행을 떠난다. 자기소개서에는 어김없이 자신이 "해외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탑재"했음을 강조한다.


묻고 싶다. 과연 '글로벌'이 무엇이며,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는 어떤 인재인지. 영어와 제2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수 십개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인가? 이것은 진짜 몰라서 묻는 질문이자, 그런다고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각종 회의에서 대량으로 유통되는 '글로벌'과 유사한 단어들도 많다. 세계화, 국제화, 지구화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시 묻는다. 도대체 세계화는 무엇이며, 국제화, 지구화는 또 무엇인가? 일단 '국제'는 '국가 간'의 문제나 이슈를 아우르는 말이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주권의 개념과 함께 정립된 '근대 국가'는 국제사회의 주된 행위자였다. 전쟁과 평화, 무역과 외교를 담당하는 거의 유일한 행위자는 '국가'였다.


하지만 20세기를 거치며 단지 국가만이 아닌 이른바 비국가행위자들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국제기구, 다국적기업, NGO 등이 그 예이다. 그래서 세계화라는 말은 국가 외 비국가행위자들의 국제적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지구화는 국경을 초월한 인류 공통의 문제를 다루는 이슈영역 - 이를테면 인권이나 환경 등 - 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최소한 국제관계를 다루는 학자들은 대략적이나마 이들 용어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국제화, 세계화, 지구화, 글로벌화 등의 정확한 개념을 잘 모르겠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들 용어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은 늘어만 간다. 애매모호함을 정리한답시고 이런 저런 개념들을 추가하다 보니 새로운 애매모호함을 불러일으키는 '말장난'의 세계.


국제화, 세계화, 글로벌화를 외치는 오늘의 연사들에게 다시 묻는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국제화, 글로벌화인가? 국경을 넘나드는 생각과 행동을 아우르는 말이라는 것만큼은 알겠다. 그럼 국경을 넘으면 국제화인가? 탈북하여 중국으로 도피한 북한주민들은 글로벌 인재인가? 한국은 국제회의를 많이 개최한 나라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럼 한국은 글로벌화를 주도하는 국가인가?


'글로벌'은 승리자의 언어

결론이다. '글로벌'은 일종의 허구이자 포장이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한다. "세계화, 글로벌화는 '미국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글로벌'은 결국 '영향력'의 세계다. 좀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글로벌'은 화합과 협력의 세계이기 이전에 강제와 복종, 설득과 수용, leader와 follwer의 세계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결국 권력의 세계에서 승리한 국가나 기업이 강요하는 질서이다. '글로벌'은 어떤 선함(goodness)을 담고 있는 말이 아니며, 세련됨을 의미하는 말도 아니다. 미국이 외치는 '글로벌'은 제국주의에 가깝고, 한국이 외치는 '글로벌'은 사대주의에 가깝다.


내가 거품물고 말하는 '글로벌'에 일련의 '극단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다수의 저명인사들이 별 생각없이 외치는 글로벌, 글로벌 마인드보다는 훨씬 명확하다.


오늘도 누군가는 '글로벌'을 외치는 연사의 영혼 없는 축사, 환영사, 발표를 듣고 왔을 것이다. 물론 좋은 말이다. 세계 속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글로벌 마인드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인드를 갖춰서 뭐?하겠다는 것인가? 차라리 그냥 '착하게 살자'라고 외쳐라.


분명히 하자. 글로벌 마인드는 영혼과 목적 없는 허구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는 해외 여행 많이 다녀온, 영어 잘하는 인재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  태권도의 글로벌화는 태권도 종주국 한국이 설파하는 규칙과 품새에서 시작한다. 파란 눈의 수련생들은 주먹을 뻗으며 '태권'을 외치지, 'fight'를 외치지 않는다.


'글로벌'의 세계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이익, 기업의 이익, 국가의 이익과 생존이다. 나의, 우리 기업의, 우리 나라의 영향력을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다. 나아가 나의 질서, 나의 세계관이 다른 이들의 행복과 안녕에 기여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강하고 건전한 나의 세계관으로의 초대, Welcome to my world! 말하자면, 이것이 글로벌 마인드다.


 기억하자. '글로벌'은 승리자의 언어다.


너에게 나를 맞춰가고 있다 말하지마,
나에게 너를 초대할 뿐야.
- 정경화의 노래, <나에게로의 초대> 중








작가의 이전글 [서평] 나는 너를 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